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미 정보당국 수장들에게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을 공개적으로 부인해달라고 압박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을 모면하기 위해 연방수사국(FB)을 넘어 다른 첩보기관에까지 ‘부적절한 청탁’을 했다는 뜻으로 사실로 확인될 경우 러시아 커넥션 수사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WP는 워싱턴 전현직 관리들의 발언을 종합해 트럼프 대통령이 3월 말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마이클 로저스 국가안보국(NSA) 국장에게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공모 증거의 존재를 공개적으로 부인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백악관 고위관계자들도 FBI 조사 대상에서 러시아 스캔들의 핵심인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제외할 수 있을지 여부를 정보당국 수장들에게 타진했다. 두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거절했다고 WP는 전했다.
대통령의 ‘청탁’은 제임스 코미 전 국장이 3월20일 하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지 약 열흘 만에 이뤄졌다. 당시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에 부적절 접촉이 있었는지 수사 중이라고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발언을 했다.
정보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는 FBI 수사를 진흙탕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첩보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협했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보국(CIA)에서 법무 자문을 했던 제프리 스미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워터게이트 조사를 중지시키려고 CIA를 이용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고 꼬집었다.
미 법무부가 러시아 스캔들의 특별검사 수사를 결정한 상황에서 이번 의혹이 규명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로저스 국장 간 대화 내용을 NSA 고위인사가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이 메모가 특검에 전달될 경우 수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러시아 내통의 ‘몸통’으로 불리는 플린 전 보좌관이 정보당국 조사에서 강연료와 관련해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나 대통령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특히 플린 전 보좌관은 상원 정보위원회의 자료 제출 및 출석 요구를 모두 거부해 내통 의혹과 관련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플린 전 보좌관이 지난해 2월 보안허가 갱신을 신청하면서 2015년 말 러시아 국영방송에서 강연료 4만5,000달러를 받은 사실을 고의로 숨긴 것으로 밝혀졌다”며 “연방 조사관을 의도적으로 속인 것은 최대 징역 5년형에 처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