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가축을 넘어 펫코노미로

성대규 보험개발원 원장



요즘 양손에 걸레를 들고 집안을 샅샅이 살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몇 달 전에 강아지 한 마리를 입양했는데 아직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다른 가족이 일어나기 전에 깔끔하게 뒤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수고에도 불구하고 강아지 입양은 대만족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면 강아지는 자기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동원해 꼬리를 흔들고 나를 반겨준다. 아이들이 고등학생·대학생이 된 후 닫혔던 방문이 강아지를 매개로 열리고 대화가 재개된 것도 흐뭇하다.

동물의 위상은 세월에 따라 크게 변화했다. 오랫동안 동물은 전쟁과 사냥의 도구, 농사와 이동의 도구로 인간생활에 유용한 ‘가축’이었다. 이후 개와 고양이·새 등 인간에 대한 친밀도와 충성도가 높은 동물들이 ‘애완동물’로서 귀여움을 받게 됐다. 이제는 아파트에서도 사람과 함께 사는 ‘반려(伴侶)동물’로 위상이 높아졌다. 저출산·고령화로 2인 이하인 가구의 비중이 상승하는 만큼 반려동물도 증가하고 있다. 과거 부자들만 키울 수 있던 애완동물이 일반 서민도 함께하는 반려동물이 된 것이다.


반려동물이 가족처럼 여겨지면서 의식주는 물론 생로병사와 관련된 모든 책임을 기꺼이 부담하겠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서비스 시장, 즉 ‘펫코노미(pet+economy)’ 시장이 해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유기농 사료부터 미용·전문훈련소·유치원·호텔서비스와 장례서비스까지 반려동물을 위한 각종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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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이 보편화 됨에 따른 부담도 발생한다. 예방접종, 질병 또는 상해에 따른 치료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벌써 필자는 입양 후 두 달 동안 50만원 이상의 돈을 부담했다. 반려동물이 수술이라도 하게 되면 수백만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지인이 겁을 주기도 한다. 동물 치료에 대한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아 부르는 게 값이니 더 걱정이다. 이런 걱정을 덜어 주는 것이 ‘펫보험(pet insurance)’이다. 반려동물의 질병·상해로 인한 치료비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을 때 배상책임과 사망 시 장례비용까지 펫보험이 보상한다. 스웨덴의 펫보험 보급률은 약 80%로 이미 정착 단계다. 일본의 펫보험 가입률은 4~5% 정도이지만 반려동물의 수와 의료비가 증가하면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8년부터 펫보험이 판매되고 있기는 하지만 가입률이 0.1%로 아직 초기 단계로서 많이 부족하다.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아프지 않는 것 등 사소한 것에서 느낄 수 있다. 반려동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류는 행복한 삶의 극대화를 위해 시스템을 만들어왔듯이 반려동물을 위한 인프라도 초기 단계부터 안착시켜야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반려동물 산업이 금융·보건의료·식품·패션산업 등을 전방위적으로 융합시킬 수 있는 촉매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대규 보험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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