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기금운용본부, 투자 의사결정 자율성 한계"

기금평가단 이례적 독립성 강조

정부 개혁·수술의지 담겼나 해석



유사 해외 연기금과 비교한 새로운 평가지침을 기준으로 국민연금을 평가한 결과 운용수익률 등 전반적인 기금운용은 ‘양호’한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논란이 벌어졌듯이 자산운용의 방향을 결정하는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과 전문성 제고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는 2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7년 기금 평가 결과’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기금평가단이 기금의 존치 여부(21개)와 자산운용 실적(38개)을 매년 평가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에 대한 평가는 지난 2015년 8월 재정전략협의회에서 도입된 일본 후생성 등 5개 해외 연기금과의 비교평가가 1년 유예된 후 처음으로 이뤄졌다.

눈에 띄는 것은 평가단이 국민연금의 위험관리나 성과 평가 등 운용역량은 높게 평가했지만 독립성 제고가 시급하다고 지적한 점이다. 이는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청와대의 압력으로 찬성표를 행사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당시 사건에 연루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구속돼 1심에서 각각 7년형을 구형받았다.


평가단은 “기금운용본부가 공단 내부의 한 부서로 소속돼 본부장 연임 결정 권한이 공단 이사장에게 있다”며 “인력운용이나 투자 의사결정이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민간평가단의 평가라지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대한 정부의 개혁과 수술 의지가 담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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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단은 또 국민연금의 자산배분·목표수익률 등 자산운용 방향을 결정하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자산을 다변화하고 장기적으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의 자산배분은 채권 55.5%(국내 51.2%·해외 4.3%), 주식 32.8%(국내 18.5%·해외 14.3%), 대체투자 11.2% 등이다. 국민연금의 수익률(지난해 4.69%)을 높이기 위해 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한편 기금 유형별로 보면 공무원연금·사학연금(연금성),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금융성), 문화예술진흥기금·중소기업창업 및 진흥기금(사업성) 등 모두 5개 기금이 ‘탁월’ 등급을 받았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의 수익률은 3.72%와 3.91%였고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수익률은 3.41%로 나타났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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