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국민건강권 확보" vs "실효성 떨어진다"

공공제약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文 정부 추진에 찬반논쟁 가열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공공제약사 설립 추진에 대한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국민의 건강권 확보와 의료복지 확대 차원에서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제약사가 필요하다는 입장과 재원 마련이 확보되지 않은 공공제약사 설립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정치권과 제약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르면 이달 말 공공제약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공공제약사법)을 국회에 발의할 예정이다. 공공제약사는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기관으로 운영되며 공공제약사가 공급하는 의약품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공공제약의약품관리위원회를 신설한다는 게 골자다.


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미혁 의원은 “국민 건강은 물론 의약품 안보의 측면에서라도 민간이 포기했거나 중요도가 높은 의약품에 대한 공적 개입이 필요하다”며 “신종 감염병을 비롯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공공제약사를 설립해 의약품 자급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제약사는 민간제약사가 수익성이 낮아 생산을 꺼리는 수액이나 백신 등 필수의약품과 난치성 질환자를 위한 희귀의약품을 정부가 직접 관리·공급하는 제약사를 말한다. 현재 정부는 환자 진료와 치료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수익성이 떨어져 민간 제조사가 생산이나 수입을 기피하는 의약품을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해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데 공공제약사를 통해 역할과 권한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단 의약품 제조는 설비투자 비용을 감안해 민간제약사에 위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정혜주 고려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공공제약사 설립을 통해 의약품의 접근성과 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본부로 소관이 혼재된 필수의약품과 희귀의약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상황을 감안하면 공공제약사 설립이 시기상조라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당장 공공제약사 운영을 위한 재원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어렵고 기존 정부 방침에 따라 퇴장방지의약품을 생산해온 국내 제약사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공제약사를 운영 중인 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 등은 자국에 제약사가 없는 국가들이다. 제약산업이 발달한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들에서는 공공제약사 사례를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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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은 “공공의료기관도 수익성 악화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제약사는 민간제약사에 비해 태생부터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의약품 공급 부족 등과 같은 국가적인 비상상태에 대비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차라리 기존 제약사가 필수의약품과 희귀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공제약사법이 국회에 발의되더라도 통과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와 학계의 반발이 적지 않은데다 야당인 자유한국당도 공공제약사 설립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식약처장을 지낸 김승희 한국당 의원은 “국가가 필수의약품을 관리하고 지정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지난해 통과된 상황에서 공공제약사를 설립하는 것은 중복 투자일 수밖에 없다”며 “식약처 산하 희귀의약품센터를 희귀필수의약품센터로 확대해 공중보건 컨트롤타워로 만드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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