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대표’ 이세돌 9단을 완파했던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1년새 폭풍 성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3일 중국에서 세계 챔피언 커제 9단과 대결을 펼치고 있는 알파고는 지난해 이세돌 9단과의 대결 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성장했다는 관측이 대세다.
더버지 등 외신에 따르면 알파고는 지난해 대국에서 구글이 고안한 AI용 칩 TPU(텐서프로세서유닛) 기반의 서버를 이용해 일반 하드웨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연산 속도가 몇십 배 이상 빨랐다. 이는 머신러닝이란 기능이 탑재돼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 고유의 작업을 위해 치밀하게 칩을 최적화시킨 탓이다.
이번 대국 전 구글은 개발자 회의에서 AI용 칩의 개량판인 TPU 2세대를 도입했다. 구글에 따르면 TPU 2세대는 현존하는 타사의 최정상 AI용 하드웨어와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연산 속도와 효율이 높다. 알파고가 구글의 간판 제품이란 점에서 볼 때 이번 대국에서 알파고는 TPU 2세대를 투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에서도 ‘광속’ 수준의 도약이 이뤄졌다. AI는 자율학습 능력이 있어 인간보다 훨씬 빨리 과거 사례를 분석해 특정 분야의 실력을 끌어올렸다. 과거 이세돌 9단과의 대국 전에는 인간 기사들이 뒀던 ‘기보’를 학습해서 역량을 키웠다면 이번 경기는 아예 기보를 보지 않고도 혼자 바둑을 두며 실력을 키웠다. 예전 방식에 얽매이지 않아 ‘기발한 수’를 둘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는 인간의 영역이라고 치부했던 ‘예측불허’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테스트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인터넷 바둑과 실제 대국은 환경이 조금 다르지만 국제 바둑계에서는 알파고의 수가 ‘계산’이 아닌 ‘예술’이란 평도 쏟아지고 있다. 커제 9단도 이번 대국을 앞두고 최근 중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알파고가 쓰는 수는 신선의 수”라며 역부족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런 알파고의 우위를 인식한 듯 구글에서도 올해 중국 대국에서는 커제 9단과의 대국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AI와 인간의 협력 방안을 찾는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