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스판덱스 등 세계 1위 제품만 4개...순항하는 '효성 조현준號'

20년간 뼈깎는 구조조정 성과

조현준 회장의 과감한 투자전략

고부가제품에 생산 집중 빛발해

올해도 1조클럽 달성 무난할 듯










지난해 사상 첫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가입한 ㈜효성이 올 들어서도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20년 동안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적극적인 해외 투자,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을 갖춘 주력 제품들을 앞세운 ‘포트폴리오 경영’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 실적 개선에 힘입어 조석래 효성 전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의 변화를 이끌어 온 조현준 회장의 경영 능력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20년 전부터 준비해온 효성=효성은 올해 1·4분기 매출액 2조8,711억원, 영업이익 2,323억원으로 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전통적으로 연초가 화학섬유업계의 비수기임을 고려한다면 올해 역시 지난해에 이어 1조 클럽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효성의 경우 최근 3년간 꾸준히 실적이 개선되면서 한 해 ‘반짝’하는 성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실제 효성은 지난 2012년 2,2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뒤 지난해까지 전년 대비 연평균 90% 이상의 이익 성장세가 지속됐다.

조현준 효성 회장조현준 효성 회장


효성의 실적 개선은 장기적인 변화와 혁신 노력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사실 국내 기업 모두가 어려움을 겪었던 1998년 외환위기는 역설적으로 효성에게 생존과 성장을 위한 변화의 기회였다. 당시 효성은 우량 계열사였던 효성바스프와 한국엔지니어링플라스틱, 중공업 부문의 효성ABB를 3년여에 걸쳐 매각하고 나일론 섬유와 타이어코드에서 국내 1위인 효성T&C와 폴리에스터 2위인 효성생활산업·효성중공업·효성물산 등 주력 4개사를 합병하는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룹 입장에서는 아까운 일이었지만 이런 구조조정을 통해 현재의 균형 있는 그룹의 틀을 갖추게 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30대 기업 중 16곳이 도산하던 상황에서 우량 계열사를 매각하는 것은 당시로써는 드문 일이었다”며 “효성은 대기업 최초로 구조조정을 실행했으며 모범 사례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스판덱스·타이어코드 등 세계 1위 제품만 4개=효성은 지난해 말 기준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시트벨트용 원사, 에어백용 원단 등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을 4개나 보유하고 있다. 특히 ‘섬유의 반도체’로 불리는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는 독보적인 세계 1위 제품으로 효성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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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시 효성이 조용하지만 끈질기게 변화와 기업의 성장 동력을 마련해온 결과라는 평가다. 실제로 2000년대 중반 들어 국내 화학섬유업계가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공급 과잉 문제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던 때 효성은 기술경쟁력을 확보해 고품질의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집중했다.

스판덱스가 대표적이다. 자체 기술로 스판덱스를 개발한 효성은 1990년대 초만 해도 국내 시장 3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국내 경쟁업체들이 사업을 중단하거나 철수하는 상황에서도 독자 기술력을 확보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2011년에는 세계 1위의 자리를 차지했다.

타이어코드도 마찬가지다. 1978년 국내 최초 독자기술로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를 생산한 효성은 현재 나일론·아라미드·라이오셀 등 다양한 소재의 섬유 타이어코드와 스틸코드·비드와이어 등 세계 유일의 종합 타이어보강재 생산업체로 자리매김했다. 효성은 후발 업체였지만 기술개발을 통한 고성능 제품을 생산하고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을 공략했다. 또 2000년대 들어서는 조현상 산업자재사업부문장 주도로 미쉐린·굿이어 등 세계적인 타이어 생산업체들과의 장기계약과 적극적인 생산시설 인수합병(M&A) 등을 성사시키며 확고한 시장 지위를 확보했다.

◇균형 있는 사업 구조…조현준 회장 경영 능력 재평가=섬유·산업자재·화학·중공업·건설·무역 등 균형 있는 사업 구조도 효성의 성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 효성은 주요 7개 사업 부문에서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섬유(3,130억원)와 산업자재(2,184억원), 화학(1,482억원), 중공업(1,853억원) 등이 실적 개선을 주도하는 가운데 건설(817억원), 금융 및 기타(727억원), 무역(89억원) 부문도 이익을 거뒀다.

이 과정에서 시장의 변화를 남들보다 한발 앞서 예측하고 적절한 시기에 투자 결정과 전략을 수립했던 조 회장의 경영 능력이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다. 효성의 제품 경쟁력 원천으로 꼽히는 ‘글로벌 생산 체인’은 조 회장이 그룹 경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시작됐고 완성됐다.

일례로 2000년대 중반 주요 생산 기지였던 중국에서 인건비가 급격히 상승하고 경영환경이 어려워지자 조 회장은 베트남을 글로벌화의 최적지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략적으로 판단했다. 이에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등 주력 제품의 핵심 생산 기지를 베트남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2007년 베트남 신공장 건설에 나섰다. 아울러 유럽의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위해 터키를, 중남미 섬유 시장 공략을 위해 브라질을 각각 핵심 생산 지역으로 파악하고 이들 지역에 생산 기지를 건립했다. 그리고 이들 공장은 현재 효성이 세계 1위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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