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보다 더 소중한 게 있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장하나(25·비씨카드)가 미국프로골프(LPGA) 투어 활동을 접고 국내 무대 복귀를 결정한 결정적인 이유는 ‘가족’이었다. 장하나는 2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계랭킹 1위가 유일한 목표인 줄 알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많은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가족들,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며 보다 더 즐거운 골프인생을 살고 싶다”고 밝혔다.
전날 전격적으로 ‘유턴’ 소식을 전한 장하나는 “LPGA 투어 3년차에 접어들어 적응이 됐고 통산 4승이라는 분에 넘치는 성적을 거두고 있는데도 채워지지 않은 공허함과 허탈함이 있었다”면서 “수백 번, 수천 번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 끝에 힘들게 내린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누구보다 승부욕과 목표의식이 강한 장하나지만 부모님의 힘든 상황에 녹아내렸다. “미국에서 항상 함께하시는 노령의 아버지, 특히 한국에 홀로 계시는 외로운 어머니를 생각할 때 마음이 편치 않았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한 그는 “맞고 틀림의 문제가 아니라 우선순위가 무엇인가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장하나와 함께 투어 생활을 해온 아버지 장창호(65)씨는 “이제 곧 일흔이 되는 아내가 1년에 340일을 혼자 지내느라 우울증 증세로 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지쳤다”면서 “복귀 결심을 한 결정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만감이 교차하는 듯 기자회견 동안 눈물을 흘린 어머니 김연숙(66)씨는 “마흔 둘에 (외동딸인) 하나를 낳아 골프만 뒷바라지했지 사랑을 제대로 줘본 적이 없다”며 딸이 돌아오기로 해 좋으냐는 질문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난해 가을 LPGA 투어의 아시아 시리즈 때 어머니가 많이 외로워한다는 걸 느끼고 돌아올 생각이 커졌다는 장하나는 “앞으로 가족과 함께 틈나는 대로 맛집을 찾고 여행도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전인지(24)와 연관된 ‘가방 사건’은 이미 서로 다 풀었기 때문에 복귀 결정과 무관하다고도 언급했다.
골프에 대한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 “목표가 달라졌다면 시즌을 포기했을 것”이라는 장하나는 “다만 주변의 소중한 것을 잃고 골프만 하는 생활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오는 6월2일 제주에서 개막하는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으로 정식 복귀전을 치를 예정인 그는 “한국 대회에 오면 늘 성적이 좋았기에 부담과 설렘이 공존한다”면서 “초심으로 돌아가면 ‘새로운 장하나’에 대한 기대감도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9년까지 보장받은 LPGA 투어 출전권을 반납한 장하나의 국내 출전권은 올해까지다. 2010년 프로로 데뷔한 그는 국내 통산 8승을 거뒀고 2013년엔 상금왕에 올랐었다. 미국 무대에서도 톡톡 튀는 액션으로 화제가 됐던 장하나는 “국내에서도 무슨 세리머니를 할 것인지 질문을 받는데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보여드리겠다”고 예고했다.
한편 이날 마이크 완 미국 LPGA 투어 커미셔너는 장하나에게 e메일을 보내 인사말과 함께 “앞으로 더 좋은 골프인생을 보내길 바란다”는 덕담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