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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고아성 “빠져있는 것은 혁오…상응하는 작품 만들고 싶다”

‘자체발광 오피스’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공감을 통한 성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작품 속 상황과 인물들은 배우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안겼고, 보는 이들과 연기하는 이들 모두에게 성장의 발판이 됐다.

지난 4일 종영한 MBC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는 시한부 삶에 충격 받고 180도 변신하는 ‘슈퍼 을’의 오피스 입문기. 고아성은 극 중 5년째 취업 준비를 하다 겨우 계약직으로 채용됐지만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 은호원 역을 맡았다. 극 중 캐릭터들이 하나하나 살아있는 만큼, 시즌2를 외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배우 고아성이 17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열린 MBC 수목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 종방 인터뷰를 갖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지수진 기자배우 고아성이 17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열린 MBC 수목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 종방 인터뷰를 갖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지수진 기자


“좀 더 풀어보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죠. 작품을 막 준비할 때 친언니에게 이야기를 들었어요. 입사 4-5년차가 됐을 때 2차 혼란이 오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게 너무 안타깝고 공감이 돼서 감독님께 이 이야기를 꼭 넣어달라고 부탁드렸어요. ‘그러면 대리에게 넣어야 되나?’하고 고민하시다가 결국 못 들어갔죠.”

이는 고아성의 실제 경험과도 밀접했다. 직장인뿐만 아니라 어느 직업군이든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단다. 직업군에 진입하고 나서, 초반의 정신없는 적응기를 마쳤다고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니까. 어느 정도 일을 한 후, 갑자기 ‘이걸 계속 해야 하나’라는 의문과 혼돈이 오는 순간, 그 이야기를 시즌 2에서 꼭 다뤄보고 싶다고.

이토록 시즌2가 간절해지는 이유는 시즌1을 통해 배운 것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 고아성은 은호원이라는 역할을 연기하며,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깨달았다. 배우고 얻은 것이 너무나도 많아 일일이 말하기도 힘들지만, 그 중 하나를 꼽자면 은호원의 문제해결방식에서 새로움을 얻었다. 자신의 편향된 생각을 반성하는 계기였다.

“사실 저는 은호원처럼 논리적이지 않거나 감정에 호소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해요. 그런데 연기를 해야 하니까, 개연성을 만들어서 그런 모습을 끌어내려고 노력했죠. 은호원 집 앞 촬영장소가 있어요. 거의 밤에 촬영에 들어가다 보니 민원도 여러 번 들어왔고 촬영하기 힘들 때도 있었죠. 그런데 어느 날부터 민원이 사라진 거예요.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봤죠.”


알고 보니, 장소 섭외를 담당하던 스태프가 이웃집들에 일일이 찾아가서 사정사정하고 양해를 구했던 것. 그 이야기를 듣고 고아성은 반성했다. 그동안 은호원의 방식에 대해 편견을 가졌던 것을 돌아보게 됐다. 세상에는 은호원의 방식으로만 해결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세상을 더욱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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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이는 은호원이라는 역할을 선택할 때부터 예견됐던 일인지도 모른다. 진중하고 메시지가 강한 작품을 많이 해왔던 터라 시청자들에게 은호원의 진심을 통해 즐거움을 드리고 싶었다고. 작품 속에서 많이 까불고 장난도 치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주는 것이 목표였다. ‘대중들에게 직접적인 즐거움을 준 적이 있었나?’하는 자기 성찰에서 시작된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배우 고아성이 17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열린 MBC 수목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 종방 인터뷰를 갖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지수진 기자배우 고아성이 17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열린 MBC 수목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 종방 인터뷰를 갖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지수진 기자


“오랜만에 드라마를 했잖아요. 드라마는 아무래도 해낸다는 느낌이 강해요. 영화와 달리 끝을 모르고 시작하잖아요. 내 인물이 어떻게 될 지도 모르고, 또 촬영 일정에 맞춰서 점점 긴박해지기도 하고요. 그렇게 긴박할 때만 나오는 아이디어랄까 재미가 있어요. 드라마만의 매력이 분명히 있죠. 영화에 비해 더 주체적이고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만날 수도 있고요.”

드라마를 마친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한창 드라마의 매력에 빠져있는 중이다. 배우로서 작품 외에 또 빠져있는 것이 있을까, 혹은 이 같은 배우로서의 삶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있을까. 이에 대해 고아성은 다소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나이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배우 경력이 오래된 만큼 성숙한 이미지가 강했는데 그 벽을 허물어뜨리는 대답이었다.

“빠져있는 거요? 혁오요(웃음). 앞으로 한두 달 정도는 혁오일 것 같아요. ‘어떻게 이런 앨범을 낼 수가 있지?’하면서 감탄하고 부러워해요. 그런 앨범에 상응하는 작품을 내고 싶다는 자극도 받고요. 뮤지션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연기자는 감독님이나 작가님이 만들고자 하는 메시지를 도와주는 역할이지만 뮤지션은 하나부터 열까지 본인 손으로 가능하잖아요. 그 점이 부럽죠.”

굳이 혁오가 아니더라도 고아성에게 자극을 주는 것은 많다. 책일 수도 있고, 길에서 우연히 본 무언가일 수도 있다. 그의 다음 작품이 드라마가 될지 영화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지금까지는 이전에 맡았던 캐릭터와 거의 반대되는 캐릭터에 끌려왔다고. 이번에도 동일한 리듬을 유지할 것 같다는 고아성은 끝으로 작품 활동에 임하는 자세를 되새겼다.

“그저 묵묵히 좋은 작품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자로서 최대한 가늘고 길게 가고 싶어요. 이렇게 저의 많은 것을 보여드릴 수 있는 역할도 맡을 수 있지만, 이게 매번 있을 수는 없는 기회잖아요. 어떤 역할을 맡던지 오래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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