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처음으로 제출한 4조1,000억달러 규모의 내년 회계연도(2017년 10월~2018년 9월) 예산안이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민주당은 트럼프 정부가 내년 회계연도부터 메디케이드(저소득층 건강보험 지원)와 푸드스탬프(식료품 할인 구입) 지원금을 대폭 줄이고 멕시코 장벽 건설 예산으로 16억달러를 최초로 요청한 데 대해 “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도 불사하겠다”며 강력히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국경장벽 예산이 들어가면 ‘셧다운’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인 5명 중 1명은 메디케이드, 10명 중 1명은 푸드스탬프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안전망 예산도 대폭 줄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트럼프 정부는 2017회계연도인 올 9월까지 추가 반영할 예산안에 장벽 건설 자금을 포함하려다 민주당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한 바 있다.
공화당에서도 반발이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메디케이드 예산 축소가 내년 11월 중간선거에 미칠 악영향이 큰데다 국방 예산을 더 늘리고 외교 예산 삭감폭을 줄이는 등 손질이 필요하다며 행정부에 강한 견제구를 날렸다. 상원 군사위원장이자 공화당 중진인 존 매케인 의원은 “국방 예산을 현행(6,030억달러)보다 400억달러가량 더 늘려야 한다”며 “정부 예산안은 의회 도착 즉시 사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국무부 및 산하 국제개발처 예산이 30%가량 줄어든 367억달러로 책정된 데 대해 “이 예산이 그대로 실행되면 미국은 세계 무대에서 퇴각하게 될 것”이라며 “대표적 외교실패 사례로 꼽히는 ‘벵가지 사건’의 재연이 될 수 있다”고 반대했다.
하지만 이번 예산안을 총괄한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국장은 “행정부가 실제 세금을 내는 사람의 눈높이에서 처음으로 예산안을 짰다”고 강조했다.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이번 예산안을 10년 내 재정균형을 이루는 ‘균형 잡힌 예산안’이라고 지원 사격하는 등 미 의회와 정부가 오는 9월 하순까지 치열한 예산전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 = 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