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대 첫 총장직선 투표 "학교 투명해지는 계기되길”

24일 개교 131년만 첫 총장직선 투표 실시

재학생 "선배들이 이룬 변화 우리가 이어가야"

졸업생 "사명의식 배운 학교 정상화 되길 기대"

사전투표·본투표 합쳐 1위 과반 못넘으면 결선

이화여대 학생들이 24일 1차 본투표가 진행된 이화여대 ECC 다목적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신다은 기자이화여대 학생들이 24일 1차 본투표가 진행된 이화여대 ECC 다목적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신다은 기자




“아침밥도 거르고 왔어요. 무조건 투표해야죠.”

개교 131년 만에 첫 총장직선제가 치러진 24일 오전 9시 이화여대 ECC 다목적홀. 이른 아침에도 10여명의 학생들은 주민등록증을 손에 쥐고 긴장된 얼굴로 투표장을 서성였다. 몇몇 학생들은 이미 마음을 굳힌 듯 빠르게 투표를 마치고 나왔고, 몇몇 학생들은 대선투표 때처럼 한쪽에서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다.


총장직선 투표를 실시한 이날 이대 교내는 설렘과 기대감이 교차했다. 국정농단 주역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부정입학 사태 이후 이어졌던 몇 개월 간의 혼란을 끝내고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특히 131년 만에 학생들이 직접 총장을 선출하는 투표가 치뤄진만큼 학생들은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서양화과 재학생 강다영(20)씨는 “그냥 넘겼을지도 모를 일을 선배들이 끝까지 주도적으로 해냈기에 여기까지 왔다”며 “선배들의 노력을 우리가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관현학과 재학생 엄재민(20)씨는 “총장투표를 해 본 건 처음”이라며 “학생들의 투표반영비율이 낮은 건 아쉽지만 일단 투표권이 주어진만큼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이버보안과 재학생 백현정(21)씨도 “미미한 효과일지라도 (투표로) 학교가 더 투명해지길 기대한다”며 “등록금 등 학생복지 문제도 함께 해결해 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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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졸업생들이 24일 투표를 마친 후 다른 동창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신다은 기자이화여대 졸업생들이 24일 투표를 마친 후 다른 동창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신다은 기자


입학처 건물에서 진행된 교직원 및 동창 투표소도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발걸음이 쉼 없이 이어졌다. 특히 학교를 졸업한 지 20년 이상 된 동창생들이 대거 출동해 눈길을 끌었다. 출근 시간을 미루고 투표소를 방문했다는 95학번 이경희(42)씨는 “학교 다닐 때 여성 리더로서 사회를 주도해야 한다는 사명의식을 배웠다”며 “최근 혼란을 겪고 있는 모교 상황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투표를 하러 왔다”고 말했다. 직접 토론회에 참석하고 공약을 비교해 봤다는 안응학(71)씨도 “이대의 채플시간과 수업시간은 내게 정신적 토양이었다”며 “매일 새벽마다 학교가 정상화되길 기도하고 있으니 부디 새 총장이 이대를 바로 세워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대 총장 자리는 최경희 전 총장이 미래라이프 단과대 사업과 정유라 부정입학 등으로 사퇴해 지난 7개월간 총장직무대행체제로 운영되어 왔다. 이번 선거에는 국정농단 사태 당시 첫 교수시위를 주도한 김혜숙(철학) 교수를 비롯해 강혜련(경영학), 이공주(약학), 김경민(경영학), 김성진(화학·나노과학), 최원자(생명과학), 김은미(국제학), 이향숙(수학·이상 기호순) 교수 등 총 8명이 입후보했다. 다만 선거운동 기간 중 김경민 교수는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김혜숙 교수가 폭넓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 사전투표에 이어 이날 오후 6시까지 서대문구 캠퍼스와 이대목동병원에서 투표가 진행된다. 두 투표결과를 합산해 1, 2위를 정한 후 1위 후보가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25일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이번 투표로 16대 총장이 당선되면 오는 2021년 2월까지 임기를 맡는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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