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인류, 지금까지 겪지 못한 파괴의 시작점에 서 있다"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방한한 인도 작가 아미타브 고시 인터뷰



“제가 젊을 때 인도에서 경험한 폭력적인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재현되고 있습니다. 인류가 지금까지 겪지 못한 파괴의 시작점에 서 있는 느낌입니다.”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방한한 인도 작가 아미타브 고시(61·사진)는 24일 기자들과 만나 이 시대의 폭력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사회인류학 박사 출신인 고시는 인류학적 서사 전략을 활용해 개인·국가 정체성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가로 꼽힌다.


그는 지난 2000년작인 ‘유리궁전’으로 명성을 얻었다. 제국주의 침략과 두 차례의 세계대전, 독재정치로 이어지는 인도와 미얀마의 역사를 인류학자다운 치밀한 고증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작가는 “인도는 많은 언어와 종교·민족이 섞여 사는 나라”라며 “굉장히 많은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소설가에게는 낙원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는 포럼 첫날인 23일 ‘인디라 간디의 흔적’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1984년 간디 총리 피살 사건과 그 직후 벌어진 폭력사태에 대한 기억을 토대로 폭력이 자신의 작품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돌아봤다.


작가는 1984년 인도에서 겪은 폭력을 17년 뒤 미국 뉴욕에서 다시 경험했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에 거주하던 작가는 세계무역센터 인근의 학교에 다니는 딸에게서 9·11 테러 목격담을 듣고 “시간이 역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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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제가 젊을 때 인도에서는 테러와 종교 갈등이 일상적이었고 유럽은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이런 현상이 전 세계에서 일어나며 인류가 지금까지 겪지 못한 파괴의 시작점에 서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불가사의한 사건들을 그린 ‘캘커타 염색체(1995)’로 과학 소설에 주는 아서 클라크상을 받을 만큼 과학기술과 인류의 상호 관계에 관심이 많다. 그는 “기계가 바둑 경기에서 이기고 소설도 쓰는 시대”라며 “난민이 스마트폰의 도움을 받아 국경을 넘고 바다를 건너 탈출한다면 누가 통제권을 갖고 있을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난민일까, 스마트폰 엔지니어일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이미 기계가 우리의 삶을 통제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기계를 도구라고 생각하지만 기계가 우리를 도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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