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일감이 바닥나는 성동조선해양 노동조합이 실력행사에 나섰다. 비용구조를 개선해야 후속 수주가 가능하다고 보고 간접비 절감을 요구하는 채권단과 달리 노동조합은 인적 구조조정은 피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성동조선 안팎에서는 노조의 절박함에 공감하면서도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성동조선의 경쟁력 저하를 피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성동조선해양지회는 24일 최대 채권기관인 수출입은행 앞에서 상경집회를 열고 “채권단은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담보로 구조조정을 강요하고 있다”며 조건없는 RG 발급을 요구했다.
수은과 농협은행·무역보험공사 등 성동조선 채권단과 노조의 인식이 갈리는 것은 성동조선이 추가 원가절감 노력을 보증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성동조선은 지난 2015년 하반기부터 신규 수주가 끊기면서 현재 수주잔량이 13척이다. 10월이면 일감이 바닥난다. 이에 성동조선 채권단은 성동조선의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최근 원가 이하 수주는 안 된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영업이익의 3~4%에 해당하는 감가상각비를 원가허용 가격에서 인하하기로 양보했다. 대신 추가 자구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추가 자구노력을 통한 간접비 인하 없이는 수주허용 가격을 일부 낮추더라도 지속적인 수주가 어렵고 설사 1회적으로 수주를 하더라도 부실 가능성이 살아 있어 법정관리 등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수은 측은 성동조선 측에 확약서를 요구해둔 상태다. 확약서에는 원가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자구계획을 진행하고 선박 납기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채권단은 성동조선이 그리스 키클라데스와 협의를 진행 중인 11만5,000DWT급 유조선 7(5+2)척 계약이 수주 가이드라인에 적합하다면 노사가 확약서를 제출할 경우 RG 발급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확약서와 관련해 성동 노사가 합의를 진행 중이지만 노조는 이날 상경투쟁을 벌이는 등 강경한 분위기로 전해졌다. 노조는 “상반기에 수주가 되더라도 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수 인력이 필요하다”며 “지금 구조조정으로 인원을 축소하겠다는 것은 비정규직으로 인원을 채운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성동조선 안팎에서는 지난해 500명의 희망퇴직 후에도 이미 700여명이 유급휴직을 진행하는 등 현재 일감으로도 유휴인력이 발생하는 상황을 지적했다. 수은 관계자는 “성동의 인력구조는 세계 조선업이 활황이던 2000년 초반 당시 기준으로 맞춰져 있었다”며 “조선업이 예전처럼 활황을 맞을 가능성이 낮은 만큼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간접비를 더욱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성동조선이 10월 이전 신규 건조에 착수하지 못할 경우 국내 조선업 전체의 평판과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조선에 대한 세계 발주처의 불안한 시각이 대우조선 처리 방안 결정 이후 진정되는 분위기”라며 “성동조선 일감이 끊기면 고정비만 계속 지출돼 경쟁력은 더욱 줄어들고 그러다 결국 생존 문제가 불거질 경우 발주처의 우려가 다시 커져 발주 기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