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100만원이 말이 됩니까?”
최근 마포대교 아래에서 한 가족과 한강사업본부 단속반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아이 셋과 삼겹살 파티를 벌이던 50대 남성에게 단속반 안전관이 “취사하면 과태료 100만원을 내야 한다”고 전한 까닭이다. 50대 남성은 “터무니없는 금액”이라며 화를 내면서 굽던 고기를 팽개친 뒤 자리를 떴다. 결국 소동은 100만원 대신 쓰레기 무단투기 10만원을 과태료로 부과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24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시민들의 봄철 야외 활동이 잦아지면서 한강공원에서 취사·낚시 등 다양한 위법 행위도 늘고 있지만 과도한 과태료 탓에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 한강공원 보전 및 이용에 관한 조례(제20조)는 야영 및 취사 과태료에 각각 100만원을 부과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불법 어획 행위에도 50만원씩을 부과하도록 규정돼 있다. 여름철 야영으로 적발되는 건수만 한 달에 20~30건이지만 과태료가 비현실적으로 높은 탓에 안전관들은 대부분의 민원을 질서예고(계도)로 처리하고 있다. 안전관들은 “현장에서 적발을 해도 100만원을 달라고 하면 도리어 조롱당하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토로했다.
한강조례법은 지난 2013년 전면 개정된 뒤 과태료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2015년 개정 당시에도 현장단속반이 비현실적인 과태료를 현실화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시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법인 한강조례법은 상위법인 하청법 시행령과 내수면어업법에 귀속돼 있어 한강사업본부가 임의로 과태료를 변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희만 한강사업본부 공공안전관은 “강력히 제재하겠다며 매긴 벌금이 오히려 현장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벌금이라고 여길 만한 수준의 금액을 제시해야 더 효율적인 계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