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24일 중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끌어내린 것은 금융시장과 부동산 거품에 기댄 중국 정부의 성장전략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된다.
수출과 제조업 위주의 고속성장 동력을 잃은 중국이 부동산 가격 유지에 기대 성장 탄력을 유지하려 하자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서 거품 붕괴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반영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성장률 둔화와 재무건전도 악화로 고전해온 중국이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부담까지 떠안게 되면서 안정적 중속 경제성장을 의미하는 ‘신창타이’ 달성에 방점을 둔 시진핑 지도부의 경제목표 실현에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된다.
이날 무디스가 중국 국가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한 단계 강등하면서 중국의 신용등급은 사실상 10여년 전 수준까지 밀려났다. 무디스는 중국 신용등급을 외환위기 직전인 지난 2007년 7월 A1으로 끌어올렸다가 2010년 11월 외환보유액과 안정적 성장률 유지 등을 근거로 Aa3로 한 단계 더 상향했다. A1은 한국(Aa2)보다 두 단계 아래 등급이다.
무디스는 신용등급 강등의 이유로 중국의 부채 증가와 경제성장률 둔화, 재무건전성 악화 등을 꼽았다. 성장률 둔화가 지속되면서 그동안 버텨왔던 은행 등 금융권의 부채 부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무디스는 중국 당국이 금융시장 개혁과 구조조정을 지속한다 해도 부채와 차입(레버리지) 증가 속도를 낮출 뿐 중국 경제의 전반적인 부채 규모를 줄이는 데는 못 미칠 것으로 진단했다. 중국 금융당국이 지난해 이후 부동산시장에서 투기자금에 대한 통제조치를 강화하며 부동산 대출로 수익을 챙겨온 중소은행 등 금융시장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200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60% 수준이었던 중국의 총부채 비율이 지난해 말 260%까지 치솟으며 중국 금융시장의 부채 거품 붕괴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경제의 위험요소를 더욱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무디스의 이번 신용등급 강등은 중국 투자자들에게 큰 우려를 안겨줄 것”이라면서 “투자자들은 중국 당국이 금융시장의 위험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대신 위험요인을 심각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무디스는 중국 당국의 중속 경제성장 유지 노력에도 향후 5년간 중국의 잠재성장률이 약 5%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2003년 10.0%를 기록하며 두자릿수 성장시대를 연 후 2010년(10.6%)까지 9~13%의 고성장률을 유지해왔다. 중국 성장률은 2007년 14.2%로 정점을 찍었으나 2011년 9.3%로 한자릿수로 떨어진 후 꾸준히 둔화돼 2016년에는 6.7%까지 하락했다. 급증하는 부채와 경기둔화로 성장률 6% 수성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음을 경고한 셈이다.
채권시장의 불안도 중국 경제를 짓누르는 요인이다. 무디스는 중국 내 자본 유출이 지속되고 유동성 압박이 커지면서 중국 지방정부 산하 투자기관이나 국영기업 발행 채권에서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최근 블룸버그는 3월 말 기준 해외 투자기관들이 보유한 중국 채권 규모가 8,300억위안으로 집계돼 석달 전의 8,530억위안에 비해 230억위안가량 줄어든 점을 지적하며 중국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다만 무디스는 중국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리면서도 향후 중국의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당분간 중국의 신용등급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앞서 무디스는 지난해 3월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춰 신용등급 강등을 예고했었다. 당시 무디스는 중국 정부 부채가 급격히 증가하고 외환보유액은 감소해 채무상환 능력이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지난해 중국의 과도한 부채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신용등급은 ‘AA-’를 유지하고 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