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더 친숙한 클래식 음악으로 긍정의 에너지 주고 싶어요"

내한공연 앞둔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

6월4일 예술의전당서 로테르담 필하모닉과 협연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 /사진제공=빈체로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 /사진제공=빈체로


SNS 속 “Luggage Exercise(수하물로 운동)”를 외치며 여행 가방을 아령처럼 들었다 놓았다 하는 한 남자가 있다. 마치 최근 유행하는 인터넷 방송 플랫폼의 인기 BJ 같다. 하지만 이 남자의 정체를 알게 된 순간 입을 다물지 않을 수 없다. 2008년 예후디 메뉴힌 콩쿠르, 2009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이다. SNS에서는 더없이 유쾌한, 하지만 공연할 때는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그를 오는 6월 4일 ‘로테르담 필하모닉’ 협연에 앞서 서울경제신문이 이메일로 만났다.

“아이들이 SNS 영상을 보고 제 팬이 되었다고 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그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딱딱해 보이는 클래식 음악을 친숙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에게 SNS는 음악 교육의 도구이기도 하다. 마스터클래스 영상도 올리고, 팬들과의 대화도 나눈다. 자선활동이나 다른 사람을 돕는 취지의 영상도 올린다. 그는 “갈등이나 비관이 있는 곳에서 사람들이 음악을 즐기고 그 속에 담긴 긍정의 에너지를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8세였던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개막식 연주에 초청받았을 때 평생 음악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부담스럽거나 음악을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느냐”고 묻자 그는 “힘들고 회의감이 들 때도 있지만, 어려운 순간은 다른 직업을 택했더라도 피할 수 없었으리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대만에서 태어나 호주로 이주했고, 지금은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다. 이렇게 여러 나라에서 생활했던 경험이 그만의 음악을 찾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는 “새로운 곳으로 떠날 때 저의 진정한 모습만 가져간다”며 “연주자는 무대 위에서 연주할 때 자신의 성격이 드러나고, 이것이 듣는 이에게 전달되는 만큼 지금 내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인지 아니면 사회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인지 깨달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고향인 대만의 클래식 발전에도 관심이 많다. 대만 국립음악원 상주 음악가로 활동하면서 이타얄 족 같은 대만의 소수 민족에게 클래식 음악을 소개할 뿐 아니라 그룹 레슨도 진행하고 있다. 오는 12월 국립음악원 무대에 함께 올라 연주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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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첸은 다재다능하다. 작곡과 지휘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자신이 작곡가라 생각하진 않지만, 가끔 카덴차를 작곡하곤 한다”고 운을 뗀 그는 “카덴차를 작곡하는 것은 하나의 곡을 처음부터 작곡하는 것과는 다르다”며 “기존에 있는 작품을 변주하는 카덴차 작곡을 통해 원작자의 음악적 언어에 더 깊이 빠져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휘 역시도 “처음에는 단순히 박자에 맞춰 공중에서 팔을 흔드는 일인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면서 “전문가들을 리드하고 설득하려면 그들의 심리에 대한 지식도 풍부해야 한다”고 답했다.

새로운 곡을 익힐 때 어떻게 접근하는지 묻자 그는 “먼저 온라인으로 녹음을 들으며 전반적인 느낌을 파악한다”고 말했다. 그 이후 악보를 보고 작품의 역사를 공부하는데 여기에는 이 곡이 왜, 언제 쓰였으며, 누구를 위해 작곡됐는지까지 포함된다.

2018년 창단 100주년을 맞는 로테르담 필하모닉은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와 정력적인 사운드가 특징으로 네덜란드 관현악의 전통을 견인하고 있다. 이번이 네 번째 내한공연으로 객원 지휘자 다비트 아프캄이 지휘봉을 잡는다. 레이 첸이 이번 내한 공연에서 협연할 ‘스페인 교향곡’은 스페인 특성이 강한 곡으로, 5개의 대조되는 악장이 관객을 정열적인 투우사와 뜨거운 로맨스의 세계로 초대하는 곡이다. 로테르담 필하모닉은 ‘스페인 교향곡’ 외에도 베토벤의 ‘코리올란 서곡’,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오는 6월 4일 저녁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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