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바이오 마커 항암제' 시대 열리다

美FDA,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에 첫 허가

암이 생긴 조직별 적응증 허가체계 탈피

바이오 마커 같은 여러 고형암 치료 OK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바이오 마커 항암제’로 첫 승인한 MSD의 ‘키트루다’.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바이오 마커 항암제’로 첫 승인한 MSD의 ‘키트루다’.


대장암·위암·자궁내막암 등 종양이 발생한 인체조직이 달라도 유전적 특징(바이오 마커)이 동일한 여러 고형암에 두루 쓸 수 있는 ‘전천후 항암제’가 등장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그동안 암이 시작된 조직에 따라 항암제의 적응증을 허가해왔다. 따라서 유전자 결함으로 특정 바이오 마커가 발현되는 여러 고형암을 대상으로 한 항암제 허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FDA는 자국 제약회사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를 MSI-H와 dMMR이라는 바이오 마커가 발현된 여러 고형암 환자에게 쓸 수 있도록 지난 23일 허가했다.


다만 수술로 종양 부위를 절제하는 게 불가능하거나 전이암 환자들로 대상을 제한했다. 마땅한 대안이 없는 중증 암환자들에게 임상적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가속승인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MSD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유전자증폭(PCR) 검사 등을 통해 두 바이오 마커가 발현된 종양을 가진 환자를 추가 모집해 최종허가를 받는 데 필요한 근거를 확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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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바이오 마커가 발현된 종양은 세포 내부의 DNA를 적절하게 복구하지 못한다. 이런 종양은 주로 대장암·위암·자궁내막암 등에서 관찰된다. 전이성 대장암 환자의 5% 가량이 이런 경우다. 유방암이나 전립선암·방광암·갑상선암 등에선 상대적으로 덜 발견된다.

FDA 약물평가연구센터(CDER)에서 혈액제제 및 항암제 업무를 총괄하는 리차드 파즈두 국장은 “종양 위치와 관계 없이 바이오 마커에 따라 처방할 수 있는 항암제를 보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머크연구소의 로이 베인즈 글로벌 임상개발 수석부사장은 “정밀의학의 의미있는 진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키트루다는 15개 암종을 가진 149명에게 투여한 결과 39.6%(59명)에서 종양 크기가 줄었고 이 가운데 78%(46명)는 이런 반응이 6개월 이상 지속됐다.

앞서 키트루다는 FDA로부터 전이성 흑색종 및 비소세포 폐암, 재발성·전이성 두경부암, 불응성 호지킨림프종, 요로상피세포암 치료제로 허가받아 지난해 MSD에 14억달러의 매출을 안겨줬다. 키트루다는 인체 면역세포 중 하나인 T세포의 PD-1 수용체가 종양 세포의 PD-L1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차단, 암세포가 면역계의 인식과 공격을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메커니즘을 방해함으로써 면역계가 암세포와 싸우도록 돕는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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