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대선 공약집에 실린 생활비 절감 대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자 손보 업계가 자동차보험료 인하 여부를 놓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생활비 절감 공약에 자동차보험료가 직접적으로 언급돼 있지는 않지만 자동차보험료는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 품목으로 관리되고 있을 만큼 서민 생활과 연관성이 높기 때문이다.
28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메리츠화재가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다음달부터 현행 대비 0.7% 내리기로 결정하면서 다른 손보사들의 속내도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겉으로는 보험료 조정은 각 보험사가 개별 여건과 사정에 따라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새로 출범한 정부의 정책 방향성을 볼 때 보험료 인하 없이 버티다가는 요주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부담이 만만찮아서다. 자동차보험료는 소비자생활물가 산출에 포함되는 460개 품목 중 하나다. 소비자생활물가 가중치 총계(1,0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1에 불과하지만 일반 개인용 차량 보유자는 물론 업무·영업용 등 생계 수단으로서 차량을 운행해야 하는 사람도 많아 사회적으로 민감도가 높은 물가 품목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손보 업계는 그간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만성 적자에 시달리면서도 쉽사리 보험료를 올리지 못했다.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해 보험료를 통제하지 않더라도 ‘눈치껏’ 대응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자동차보험 손해율(수입보험료에서 나간 지급보험금의 비율)이 2013년 87.8%, 2014년 88.4%, 2015년 87.8% 등 적정 손익분기점(77~78%)을 10%포인트나 웃돌며 계속 적자를 냈지만 자동차보험료에는 손을 못 대고 자산운용이나 다른 보험 영업을 통해 적자를 메워왔다. 그러다 2015년 금융위원회가 ‘보험산업 선진화 로드맵’을 통해 시장 자율 경쟁을 강조하자 업계 전체가 2015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보험료를 잇따라 올렸다. 이에 더해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시행되고 외제차 수리·렌트비 관행이 개선된 효과까지 추가되면서 올 1·4분기 마침내 자동차 손해율이 78%까지 개선됐다. 손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보험료 현실화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생활비 절감 공약을 강제할 경우 인하할 여지가 없지 않다”며 “지금은 업체들끼리 서로 눈치를 보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개인용이든 영업·업무용이든 보험료를 내리는 곳이 추가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