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고위 인사 전용 보안폰으로 삼성전자의 ‘갤럭시S7’을 채택한다. 소비자용 일반폰이 아닌 보안에 특화된 특수폰으로, 일명 ‘비화(秘話)폰’이라 불린다. 백악관을 비롯해 미국의 안보 관련 주요 기관에서 사용하는 보잉의 ‘블랙’과 비슷하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청와대 춘추관장을 비롯해 주요 수석들이 최근 업무폰으로 갤럭시S7을 지급 받았다. 지금까지 청와대에서 지급한 제품은 20대 미만으로, 6월 중 추가 제품이 생산돼야 수요에 맞춰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반적으로 비화폰 수요가 워낙 적은 탓에 제조사가 재고를 쌓아두지 않기 때문이다.
비화폰은 일반 휴대폰과 달리 도청 및 감청 방지를 위한 특수 암호키가 장착돼 있다. 보안용 특수 소프트웨어(SW)를 탑재했으며, 일반 유심(USIM) 대신 보안SIM을 사용한다.
갤럭시S7은 지금까지 나와 있는 비화폰 중 최신 기종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갤럭시S8을 출시해 흥행몰이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비화폰으로 생산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G5도 비화폰이 있지만 이번에 채택되지는 않았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최신 기종인 갤럭시S8은 비화폰이 없고, 아직 (생산)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신 기종인 LG전자 G5와 갤럭시S7 중 인기가 높은 모델로 결정한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실제로 지금까지 비화폰은 제조사의 대표 모델을 중심으로 생산됐다.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 시리즈, LG전자의 G 시리즈가 있었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비화폰 관련된 내용은 보안 사항이라 내부에서도 알고 있는 사람이 적다”며 “(기존에 비화폰으로 쓰인) 정확한 모델을 알 수는 없지만, 프리미엄급 전략 모델들이 주로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청와대와 장관급에 한해 비화폰을 지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가 중앙행정기관 고위 공무원까지 비화폰을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논란을 빚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국가정보원과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은 장관급 이상으로 제한적이었던 비화폰을 기획재정부·외교부·통일부 등 전 부처 고위공무원 1,100여명에게 지급하기 위한 수요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공무원에 대한 과도한 사생활 침해와 지나친 업무통제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채택되지 못했다.
한편 미국 국가안보국(NSA) 등 정부 기관들은 세계 최대 항공우주기업인 보잉사가 개발한 특수 보안 휴대폰 ‘블랙’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군사 전문매체 디펜스원 등에 따르면 보잉은 미 국방부 정보시스템 계획국(DSIA)과 공동으로 보안에 특화된 ‘보잉 블랙’을 개발, 지난해부터 정부 기관에서 시험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전화 통화, 문자 내용, 보유 문서 등을 모두 암호화하는 것은 물론 사용자의 허락 없이 문자나 통화 기록에 접근할 경우 전화기와 떨어진 원거리에서 내용을 자동 삭제하고 스스로 작동을 멈추는 기능 등이 담겨 있다.
/권용민·박형윤기자 minizz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