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투자가 세계 최대 사이버보안업체 ‘팔로알토네트웍스(Palo Alto Networks)’의 본사 빌딩을 약 7,058억원에 인수하려다 포기했다. 국내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이 주력으로 삼는 해외 부동산 투자에 하나금투도 최근 적극적으로 투자 보폭을 넓히는 가운데 금리와 인차인 신용도 등의 요인 탓에 투자 실행을 전격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나금투는 최근 맥퉈리투자신탁운용과 손잡고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팔로알토네트웍스 빌딩을 선매입하기로 했지만 중단했다. 전체 매입금액은 7,058억원으로 이중 1,147억원을 사모펀드인 ‘맥쿼리산타클라라에쿼티사모부동산투자신탁’ 으로 이달중으로 설정을 마칠 예정이었다. 하나금투가 총액 인수를 하고 이후 재매각(셀다운·sell down) 방식으로 국내 주요 증권사와 보험사 등에 판매해 투자금을 조달하려고 했지만 주요 투자자들이 투자검토 수준에 머물자 총액 인수 자체를 중단했다.
다만, 팔로알토 빌딩이 우량 임차인의 장기 입주 빌딩이라는 점은 인정받아 다른 증권사가 적극적으로 인수검토에 들어갔다. 전체 연면적 2만6,433평에 지상 8층의 총 4개동으로 구성돼 있다. 다음 달 준공 이후 사이버보안업체인 팔로알토 네트웍스가 11년 장기입주할 예정이다. 연간 목표수익률은 6~10%가량으로 2007년 설립된 팔로알토는 애플리케이션 기반의 보안서비스를 제공하며 ‘차세대 방화벽’으로 알려진 최신 보안시스템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 매출이 4배 가량 성장하며 지난해에는 매출액이 1조원을 넘겼고, 시가총액(나스닥)은 12조원에 이르는 글로벌 기업이다.
팔로알토가 장기임대계약을 맺은데다 6년씩 3회 연장도 가능해 수익의 안정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투자실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리콘밸리의 주요 기업과 투자회사들이 밀집된 입지조건 덕분에 우량 임차인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팔로알토빌딩 투자건은 중단했지만 하나금투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주요 거점 도시 랜드마크 빌딩 2개 이상에도 투자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하나금투는 지난해 NH투자증권(005940)과 공동 매입한 폴란드 포즈난 물류센터를 시작으로 다국적 제약사인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 미주 본사 사옥을 인수했고, 애플이 전체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빌딩을 약 600억원에 사들이는 등 최근 해외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이다. 부동산 전문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연기금과 공제회 등 기관들의 투자수요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열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투자 결정 전 총액인수를 할 수 있는 증권사 역시 늘어나면서 해외부동산을 편입한 금융상품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