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가까이 연차휴가를 하루도 쓰지 못하는 등 과로에 시달리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진 공무원의 유족에게 유족보상금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재무담당관으로 근무하다 숨진 A씨의 아내가 “유족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하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2013년 1월 대법원 산하의 법원행정처 재무담당관으로 발령받은 법원공무원 A씨는 이후 단 하루도 연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등 극심한 과로에 시달렸다. A씨는 평소 오전 8시 30분 전에 출근하고 내부 행사 등 일정이 없을 경우 오후 9시를 넘겨 퇴근하곤 했다.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장을 보좌해 전국 법원의 사법행정을 총괄 지원하는 업무를 한다. 행정처가 시행한 모든 행사의 예산과 관련된 논의는 세입·세출 책임자인 A씨를 거쳐야 했다. 그는 지출할 비용이 있을 때마다 대법원장,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직접 찾아가 보고하고 결재를 받았다. 특히 A씨가 처음 부임할 당시 1,245억여원이었던 행정처 세입액이 2015년 4,54억원으로 크게 늘어 업무 부담 또한 급증했다.
그러던 A씨는 2015년 9월 29일 오전 11시 18분께 행정처 동료들과 등산을 하다가 쓰러져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낮 12시 19분께 숨졌다. 부검 결과 급성 심근경색이 사망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족은 유족보상금을 신청했지만 ‘동맥경화가 있는 상태로 등산해서 심장에 무리가 생겨 급성 심근경색이 발병했을 뿐이며,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이에 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가 재무담당관으로 근무하면서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이로 인해 기존에 앓던 고혈압과 겹쳐 유발한 동맥경화가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 급격히 악화해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봤다. 또 “A씨가 업무량이 매우 과중한 상태에서 수시로 대법원장 등을 직접 찾아가 보고해야 했고, 퇴근 후에도 자신을 찾는 전화에 항상 대비해야 했다”면서 “업무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