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남겨지는 것이 두려운 소녀 ‘소현’은 어떻게든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매일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그런 ‘소현’을 받아주는 것은 ‘정호’ 오빠뿐이다. ‘정호’ 마저 소현을 떠나고 누구라도 자신을 찾아주길 바라던 어느 날, 꿈결처럼 미스터리한 여인 ‘제인’이 나타나고, 그날 이후 소현은 조금씩 ‘제인’과의 시시한 행복을 꿈꾸기 시작한다.
소녀의 가슴 속에는 ‘불행’의 집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사랑받고 싶지만 타인과 함께하는 것에 서툴러 번번히 상처만 받는다. 소녀는 결국 울음과 함께 속마음을 토해낸다. “방법을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랑 같이 있을 수 있는지.” 여기에 대한 명답은 없다. 다만 제인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이런 개 같은 인생 혼자 살아서 뭐하니, 그래서 다 같이 사는 거야.” 란 말이 묘한 힘을 준다.
31일 개봉을 앞둔 조현훈 감독의 ‘꿈의 제인’은 외로운 인생길에 작은 위로를 건네는 영화다. 더 정확히 말해 불행의 타박상을 몸에 달고 사는 이들에게 처방하고 싶은 ‘꿈의 파스’ 같은 영화이다.
영화는 ‘제인’을 타이틀 롤로 내세우고 있지만, 소현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실질적인 주인공 소현으로 분한 이민지는 “꿈의 제인은 우울한 영화가 아니다. 위로와 희망에 대한 영화이다”고 말했다.
“제인과 소현의 만남이, 실제론 영화에서 보다 훨씬 잠깐의 만남 일 수 있다. 그걸 어떻게 느끼시느냐는 관객의 몫이다. 소현은 제인과의 짧은 만남 이후 인생의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소현이 당당하게 살아가는 걸 보여준다는 점에서 희망을 엿볼 수 있다.”
‘꿈의 제인’은 꿈과 현실이 혼재된 듯한 인상을 준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인물과 공간의 논리가 어긋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민지는 “현실과 꿈을 구분하다기 보기 보다는 제인이란 인물에 집중 해 달라” 며 “제인이란 인물로 인해 소현이 이렇게까지 변화는 구나를 보다보면, 나에게도 제인과 같은 사람이 있을까? 나도 제인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란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제인이란 존재 자체가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준다”고 설명했다.
‘꿈의 제인’은 우리 모두의 시시한 행복을 위하여 건배를 드는 영화이다. 그 중에서도 혼자 먹는 간식에서 나눠 먹는 음식으로 새롭게 정의 된 카라멜, 초콜릿, 딸기 케익과 관련된 장면은 소현이란 인물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이 배우는 촬영 당시 초콜릿을 너무 많이 먹어, 이젠 더 이상 초콜릿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초콜릿 장면을 통해 소현이의 과거를 유추할 수 있어 더 애처로웠다”고 했다.
“처음엔 가뜩이나 제작비도 없는데, 왜 이렇게 비싼 초콜릿을 선택했을까? 궁금했어요. 그러다 제인이 동그란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감독님이 동그란 초콜릿을 선택했다고 짐작했어요. 사실 미러볼 장면이 가볍게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장면인데 소현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 웃음으로 넘길 수 만은 없어요.
소현의 지금까지 삶을 돌아보면, 초콜릿 같은 게 있으면 나눠먹을 수 없어요. 가출팸에서 살아오면서 결국 다 뺐기거나, 나눠준다고 해도 돌아오는 몫은 거의 없어요. 그래서 같이 사는 친구들 몰래 먹어야 생존할 수 있었던거죠. 또 케익을 나눠 먹는 장면도 그래요. 제인이 말하잖아요. 남았으면 똑같이 나눠먹거나 그렇지 못하면 다 먹지 말아야 한다고. ‘인간은 시시해지면 끝이야’라면서. 그렇게 ‘함께’라는 걸 배워가는 소현의 모습이 ‘뭉클’하게 다가왔어요.“
‘꿈의 제인’에 등장하는 제인은 마치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미스터리하고 괴짜 같은 인물이지만, 그녀의 말과 행동을 잘 살펴보면 누구나 주변에 제인을 닮은 사람을 떠올릴 수 있다. 구교환이란 배우가 옮겨 낸 제인은 독보적으로 매력적이라 꼭 한번 만나보고 싶어질 정도다. 이민지 역시 “배우로서 너무 본받고 싶은 독보적인 배우이다”며 호감을 내보였다.
“연출도 잘하고 연기도 잘 하는 교환 배우를 보며 너무 궁금했어요. 어떻게 이런 사람이 다 있지? 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배우 구교환 뿐 아니라 사람 구교환이 궁금했거든요. 교환 배우가 매력을 방출하는 게 대단해서 그 방법을 많이 배우고 싶어요.”
‘보통의 외모를 지닌 평범한 배우이다’고 본인을 소개한 이민지는 주변에서, ‘아는 사람 닮았네’란 말을 많이 듣는다고 한다. 그렇기에 더욱 개성을 찾고 싶다고 했다. “얼굴도 평범하게 생겼고, 민지란 이름도 평범해요. 교과서에 나오는 흔한 이름이거든요. 주변에 있을 법한 얼굴이라서, ‘이게 우리의 이야기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과 잘 맞나 봐요. 내 개성이라고 하면 뭐가 있을까? 그걸 찾아내는 게 제 과제인 것 같아요. 배우를 하려면 하나의 독보적인 뭔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