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뿐 아니라 상당수 기업들이 자회사를 만들고 비정규직을 일단 정규직화한 뒤 상황을 봐가면서 자회사를 청산하는 식의 ‘꼼수’를 부릴 개연성이 농후하다. 비정규직 문제를 섣부르게 접근할 경우 당초 취지와 달리 왜곡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정부가 밀어붙일 경우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를 시장으로 경쟁하는 대기업들일수록 가능성이 더 크다. 미국의 애플은 폭스콘을 비롯해 생산 자체를 외주화하고 있고, 구글 역시 콜센터를 인도에 두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건설 업종의 경우 오히려 정규직 부담이 기업의 존폐 기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황 사이클이 뚜렷한 상황에서 모든 협력업체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