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인형뽑기방이 과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 상수동 점포의 경우 연매출 4,800만원 이하의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간이과세자로 등록돼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일반사업자들은 10%의 부가가치세를 내지만 이 점포는 10분의1에 불과한 1%만 내면 된다. 게다가 세금계산서 작성 및 장부 기장 의무도 지지 않는다. 특히 인형뽑기방의 경우 매출 전액이 현금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제대로 세금을 내는 사업자가 거의 없다는 게 관련 업계의 정설(定說)이다. 또 다른 창업 컨설팅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는 게 이 사업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올 들어 국세청에서 세무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면서 매출을 올려 신고하기는 하지만 신고금액이 낮은 것은 여전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간이과세자 제도는 자영업자 소득 탈루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거리다. 영세자영업자들의 세 부담과 납세비용을 줄인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를 악용해 세금을 탈루하는 사업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간이과세자는 총 166만162명으로 이 기간 부가세를 신고한 사업자(583만7,775명) 중 약 28%를 차지했다. 이 중 116만4,141명은 매출 과세표준이 연 2,400만원을 넘지 않았다고 신고해 세금을 전액 면제받았다. 세무 업계에서는 매출을 속여 간이과세자 지위를 유지하는 ‘짝퉁’ 영세업자가 약 35만명에 달하고 이로 인해 탈루된 세금이 조(兆) 단위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짝퉁 영세자영업자만 솎아내도 세수 부족 문제는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사는 “간이과세자는 세금계산서를 쓰지 않아 사실상 매출을 마음먹은 대로 조작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현금 수입은 10% 정도만 신고하는 게 자영업자들의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그만큼 영세자영업자 통계에 허수가 많다는 것이다. 현금이 아니면 아예 결제를 거부해 신고매출을 줄이는 것도 제도의 맹점을 파고든 대표적인 수법으로 볼 수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치권에서는 간이과세자 규모를 도리어 확대하겠다는 입법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여야가 따로 없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부가세 납세 의무를 면제받는 간이과세자 기준을 현행 연매출 2,400만원에서 3,600만원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지난달 대표발의했다. 이에 앞서 2월에는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간이과세자 기준금액을 연매출 4,8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했다. 정인화 국민의당 의원도 간이과세자 기준금액을 8,000만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자고 제안했다. 지난 20여년 동안 매출 기준이 조정되지 않아 물가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논리다.
반면 세무 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단순히 세수가 줄어드는 것을 넘어 투명한 세원 확대라는 세정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정부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의 처지가 어렵다면 다른 지원대책을 마련해야지 소비자들이 낸 부가세를 사업자가 갖게 하는 것은 부가세법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갑순 동국대 회계학과 교수 역시 “무자료 거래나 ‘먹튀’ 창업으로 간이과세자 제도를 활용해 세금을 탈루하는 사람이 이미 많은데 이런 악용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저소득자 지원을 위해 마련한 근로장려세제(EITC) 등 복지혜택이 결과적으로 엉뚱한 데 쓰이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정부는 일정 소득을 밑도는 근로자들에게 세금 일부를 환급해주는 EITC를 2015년부터 자영업자들에게도 적용했으며 지난해 총 80만 자영업자 가구에 5,841억원을 지원했다. 간이과세 기준을 상향할 경우 자영업자의 투명한 소득 공개가 근간인 이 제도가 짝퉁 영세자영업자를 늘리는 결과를 가져와 결과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자들이 피해를 보는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탐사기획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