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개봉 예정인 영화 ‘꿈의 제인’(감독 조현훈)에서 미스터리한 트랜스젠더 ‘제인’ 역을 맡은 구교환은 그리운 제인이자 궁금한 배우 중 한 명이다. 삶은 불행의 연속이고 이따금 행복이 흩뿌려져 있는 것이라 믿는 제인이 구교환을 통해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제인은 사랑받는 법을 알지 못하는 소현(이민지 분)에게 함께 사는 법을 넌지시 알려준다. 충격적이고도 시원한 멘트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순간 관객들은 ‘제인’과의 만남이 생각 이상으로 좋다는 것에 당황스러움을 느낄지도 모른다. 수많은 불행한 인물들이 유기적으로 생명체처럼 얽혀서 함께 살아가는 영화의 모습은 그 어떤 연대보다 끌렸다.
구교환은 ‘제인은 어떤 사람이야’ 따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고 “어디엔가 진짜 있을 것 같은 제인이 궁금했고, 그렇게 제인을 만났다. 그렇게 스크린에 제인을 옮겼다”고 말했다. 소현 앞에 마치 꿈결처럼 나타난 제인은 구교환 앞에도 그렇게 나타났고, 구 배우에게 손을 내밀었다고 한다.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남자 배우상을 심사한 김의성 배우는 “구교환 배우는 미스터리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트랜스젠더 ‘제인’ 역을 황홀하게 연기 해주었고, 말하는 것보다 듣고 생각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느끼게 해주었다.”는 심사평을 전하기도 했다.
스크린에서 만난 제인은 100퍼센트 제인의 현존이었다. 구교환의 특별함 때문에 가능했을까. 이에 그는 “기자님이 인터뷰 글로 저를 옮기시듯, 전 제가 알고 있는 제인이란 인물을 옮겼을 뿐이에요.”라며 반문한다.
“특별한 배우여서 그렇다? 저에게 특별함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상한 거라 생각해요. 전 저에게 솔직하고자 해요. 특별하다는 생각 보다는 제 자신을 알려고 노력해요.”
구교환은 한번 만나면 다시 만나고 싶은 독립영화 감독 겸 배우이다. 수상경력도 다채롭다. 연출과 주연을 겸한 단편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2013)로 미쟝센단편영화제 희극지왕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연애다큐’(2015), ‘플라이 투 더 스카이’(2015) 등에서 또한 연출과 주연을 맡아 주목받았다. 단편 ‘남매의 집’(2009), ‘4학년 보경이’(2014) 의 배우로 관객을 만났다. 최근엔 김수현 감독의 ‘우리 손자 베스트’로 춘사영화제 남우신인상을 수상했다.
구교환에게 행복은 “하루에 2판씩 빼놓지 않고 하는 코나미사의 모바일 축구게임 위닝일레븐”이다. 그는 가끔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그런 감정에 오래 빠져있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재능을 믿었다기 보다는 연기를 좋아해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고 한다. 그는 단어 하나 하나를 소중히 여기는 영화인이기도 하다.
“사람을 알고 싶어서 연기를 하고 영화를 만드는 것 같아요. 사람 관계의 그 어려운 공식을 풀었다면 제가 도사가 돼 있겠죠. 그래서 전 도사가 아닌 배우가 됐습니다. 구교환이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저도 알아가는 과정이라서 잘 모르겠습니다. 시간을 두고 만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제인도 또 만나자고 하잖아요. 그렇게 봐주시면 좋죠.”
“행복이요? 행복을 거대하게 생각하면 힘들어져요. 주변에 있는 작은 행복부터 챙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확실한 건 오늘 집에 들어가 위닝일레븐 2판을 할 것입니다. ‘개 같은 인생 혼자 살아서 뭐하냐?’ 란 대사 듣고 미소지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저희 영화 ‘꿈의 제인’을 보러오세요. 그렇게 조금씩 더 행복해지자구요. ”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