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장단점을 안은 봉준호냐, 유력한 홍상수냐. 지난 28일(현지시간) 제 70회 칸국제영화제 폐막 직전까지 최고의 화두였다. 그리고 황금종려상은 결국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더 스퀘어’에 돌아갔다.
올해 칸 영화제에는 홍상수와 봉준호의 작품 ‘그 후’와 ‘옥자’가 나란히 경쟁부문에 올라 유독 관심이 뜨거웠다. 많은 언론과 대중은 ‘한국의 두 거장이 칸을 사로잡았다’며 국가적 위상 고취로 화제를 끄집어냈다. 특히 두 감독 중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같은 기준에서 받은 평점으로 작품을 비교했고, 대결구도로 열을 올렸다.
그런데 이런 광경이 올림픽 때와 유사한 것은 기분 탓일까. 금메달을 누가 따느냐에 여부를 판단하기 바빠 본질을 온전히 들여다보지 못하는 처지다. ‘옥자’가 한국영화인지 미국영화인지에 대한 논제가 따랐던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역사적으로 한 많은 민족인 우리는 유독 국가 차원의 경쟁에 민감했다.
물론 7년째 무관인 아쉬움도 있다.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받은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 이후로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2012),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2012), 그리고 4년만에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2016)가 경쟁 부문에 진출했지만, 황금종려상에는 손이 닿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 ‘그 후’와 ‘옥자’ 두 개의 작품에서 희망을 가져볼 만했다.
성공 확률 2/19였다. 그래서 더 아쉬움이 따르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결과가 나온 마당에 언론과 대중은 씁쓸한 여운을 뒤로 한 채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경쟁’이었다고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다. 해외 가장 유력한 영화제에서 국내 영화의 성장을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지게 입증한 순간이었다.
한편으론 ‘옥자’가 칸 영화제 개막 당시 프랑스 극장협회와 심사위원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면서 수상 불발이 예견된 바였다. ‘그 후’ 제작 이면에서 감독과 배우(김민희)의 부적절한 관계에 ‘심적인 표’(응원)를 보낼 수 없다는 반응 또한 있었다. 이런 저런 논란 속에서 가시밭길을 걸은 두 영화다.
비록 최후의 호명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봉준호 감독과 홍상수 감독에게는 2017년 5월이 결코 잊지 못 할 시기가 될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무려 제작비 5천만 달러(약 600억원)가 투입된 대규모 작품 ‘옥자’를 내놓는 것으로 창작자로써의 욕망을 이뤘고, 홍상수 감독은 ‘러버’(lover) 김민희와 함께 칸 레드카펫을 밟음과 동시에 작품성으로는 이견 없는 ‘칸의 총아’임을 재확인했다.
두 감독은 향후 어떤 그림으로 또 한 번 세계를 사로잡을까. 한 층 진일보 한 올해가 있었기에 내년 칸 영화제, 그리고 앞으로의 국내 콘텐츠 발전이 기대되는 바다. 그런 기대감을 낳았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칸 영화제가 가지는 의미는 적지 않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