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 대통령’으로서 일자리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만들지 않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5년 동안 17만명의 공무원을 늘리는 등 공공 부문 일자리를 81만개 만들고 고용안정을 위해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부문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내용상으로는 고용 확대와 안정을 동시에 추진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정책은 단순한 지표 달성이 아니라 국민 모두 공유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결과를 목표로 해야 한다. 최근 대통령이 지시하고 있는 공약들은 국민들의 고통을 달래는 수단일 뿐 결과적으로 일자리를 계속 만들고 경제발전을 지속하는 데는 거리가 있다.
우선 대통령의 지시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 공무원 채용 확대는 3~4년씩 공부해 합격권에 근접한 공시족에게는 단비 같은 것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 취업준비생에게는 딴 나라 이야기이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화도 그들은 곧 정규직이 되겠지만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이 늘어 당장 정규직 채용도 줄일 것이다. 이는 구직청년들에게는 더 큰 취업장벽이다.
둘째, 공무원 추가 채용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올해 10조원을 추가경정예산으로 편성한다는 등의 일자리 공약들은 필연적으로 국민들의 부담 능력을 넘어서는 재정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국가부채 증가는 이를 갚아야 하는 다음 세대의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기업들에 비용을 더 부담시키고 수익을 떨어뜨려 투자를 감소시킬 것이다. 결국은 경제성장의 동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셋째, 공공 부문 일자리는 생산보다 사회적·경제적 파급효과가 낮은 서비스 부문에 집중된다. 사회복지 및 행정 분야의 일자리는 공공 부문보다 민간 혹은 민간 비영리 부문에서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선진국의 추세다. 오히려 민간 부문에 맡기고 감독을 철저하고 효율적으로 하면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행정 부문 지출을 지난 2009년 6.5%에서 2014년 5.9%로 줄이고 있다.
넷째, 공무원 증원의 또 다른 문제는 당장 들어가는 돈 10조원 외에 공무원연금에 대한 적자보전금의 장기적 증가다. 지난해 공무원연금에 대한 정부의 적자보전금은 2조2,000억원이었다. 그리고 오는 2025년이 되면 7조1,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현행 공무원연금의 수익비는 1.48로 공무원 당사자와 정부가 부담하는 보험료의 48%를 국민들이 나중에 세금으로 내게 돼 있다.
최근 발표된 ‘2016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부채의 반은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이 차지한다. 현재 재직 중인 공무원에게 지급해야 할 부채 규모는 지난해 600조원으로 전년 대비 약 69조원 늘었다. 앞으로 퇴직자들의 기대여명이 더 늘어나면 이에 따른 연금비용은 더 추가될 것이다. 문제는 연금비용 부담이 거의 모두 국가부채가 되는 상황에서 다음 세대의 부담이 폭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연금을 둘러싼 특수계층 공무원과 일반 서민 간, 혹은 현세대와 다음 세대 간의 심각한 갈등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민간 기업들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것도 문제다. 일반 기업들의 정규직 근로자들은 평균적으로 5년간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는 정규직의 반이 한 직장에서 5년도 근무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규직 근로자들은 자신들도 언제 그만둘지 모를 비정규직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직장 내에서 노사가 서로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얼마만큼 협동적 노사관계를 유지하며 상생하고 생산능력을 높일 것인가에 있다. 따라서 지금 시급한 것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아니라 비정규직의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다. 비정규직에게도 퇴직연금을 보장하고 모든 사회보험을 의무화하며 사내복지를 차별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본질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