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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그녀’ 첫방①] 퓨전사극?…코믹하거나 정신없거나

2001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가 약 16년 만에 스크린을 넘어 브라운관으로 넘어왔다. 현대가 아닌 퓨전사극으로 단장해 돌아온 SBS 월화드라마 ‘엽기적인 그녀’이지만, 정작 안방극장의 반응은 ‘코믹하거나 정신없거나’이다.

29일 첫 방송된 ‘엽기적인 그녀’에서는 조선을 넘어 청나라에서까지 넘보는 완벽남 견우(주원 분)와 엽기적인 행동으로 궐내 명성이 자자한 혜명공주(오연서 분)의 엽기적인 첫 만남이 그려졌다.




사진=‘엽기적인 그녀’ 캡처사진=‘엽기적인 그녀’ 캡처


시작은 강렬했다. 정치적 실세 정기준(정웅인 분)을 중심으로 왕권을 위협하고 중전을 폐위시키는 궁궐 내 암투를 그리면서 긴장감을 높인 것이다. 어린 혜명공주는 억울하게 궁궐을 떠나는 어머니를 보며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10년 후, 극의 분위기는 180도 전환됐다. 청나라에서 3년간 유학을 마치고 조선으로 돌아오는 견우의 모습이 그려진 것이다. 청나라에서도 인정받는 인재였던 견우의 귀국에 조선의 왕인 휘종(손창민 분)은 그를 국보라 칭하며, 내탕금(왕의 재산)을 선사하기까지 했다. 이에 견우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회포를 즐겼다.

회포를 풀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견우는 다리에서 혜명공주와 마주했고, 그녀의 아름다운 자태에 눈길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 순간 휘청이던 혜명공주는 다리 밖으로 떨어질 뻔 했고, 견우는 그런 혜명공주를 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거한 트름뿐. 술에 취했던 혜명공주는 견우를 인지하지 못한 듯 비틀거리며 자신의 갈길을 갔다. 그리고 그녀가 떠난 자리에는 옥색 반지가 있었다.

두 사람은 머지않아 다시 만났다. 혜명공주와 마을사람 간의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혜명공주를 구하기 위해 견우는 곧바로 나섰지만, 돌아온 것은 그녀의 오바이트 뿐이었다. 옷이 더러워진 견우는 인사불성이 된 혜명공주를 데리고 여관으로 갔다. 처음에는 그녀를 눕히고만 나오려 했지만, 혜명공주의 옷에 묻어있는 오바이트 자국을 지워주려 하다가 변태로 오해를 받게 됐다.


이후 견우는 겁간(강간)미수로 옥사까지 가게 됐고, 무사히 풀려나기는 했지만 수치스러움을 안긴 혜명공주를 잊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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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정신을 차린 혜명공주 역시 상황은 좋지 못했다. 궁 안에서 그녀가 밤사이 월담을 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것이다. 백성들 사이에는 지라시가 퍼지기까지 했다. 행동을 조심할 것을 당부받은 혜명공주였지만, 그 사이 자신의 반지가 없어졌단 사실을 알게 됐고 그 행방을 아는 이가 견우일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같은 시간, 견우 역시 자신에게 수치를 준 혜명공주를 찾으면서 다시 한 번 이들의 만남을 예고했다.

사진=‘엽기적인 그녀’ 캡처사진=‘엽기적인 그녀’ 캡처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는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원작으로 새롭게 만들었다는 말처럼 영화 속 명장면들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등장했다. 이 중 시청자들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준 장면은 견우와 혜명공주의 첫 만남이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견우(차태현 분)와 그녀(전지현 분)의 첫 만남 역시, 술 취한 그녀의 오바이트로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것이다. 오바이트가 묻은 옷을 정리해주다가 오해를 받아 맞는 장면 또한 영화를 연상케 했다.

드라마의 중간 중간 영화를 떠올리게 했던 ‘엽기적인 그녀’였지만, 시대와 장소를 조선시대, 궁궐로 옮기면서 극의 근간이 되는 줄거리는 크게 달라졌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가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중심으로 한다면, 드라마는 로맨틱코미디에 ‘궁중암투’를 넣으면서 원작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 것임을 예고했던 것이다.

깔끔한 영상미로 보는 재미까지 더한 ‘엽기적인 그녀’이지만 정작 이에 따른 안방극장의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원작 영화의 최고 매력이었던 ‘코믹’함을 살리려 했던 부분이 다소 뻔하고 유치했다는 점이다. 원작의 명장면을 토대로 장면을 만든 것은 좋으나, 혜명공주가 오바이트를 하는 장면은 다소 지저분했으며, 2000년대 초 코믹 요소가 요즘 시대정서와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 또한 존재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극이 산만하다는 점이었다. 한 회에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지다보니 이를 받아들이는 시청자로서는 다소 몰입도가 떨어졌다는 점이다. 각 캐릭터들의 성격을 드러내는 장면들 또한 극에 녹아들기 보다는 보여주기 식의 성격이 강했다는 아쉬움도 존재한다.

이제 막 시작한 만큼 드라마 전체를 판단하기에는 성급한 면이 있다.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영화와 다른 그만의 색깔을 찾을 필요가 있다. 안방극장은 더 이상 억지로 만든 ‘코믹’을 원하지 않는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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