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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10주년③] 레전드 조합 BEST 6…#룰라 #개식스 #해돋이 #슈주

정확히 10년 전, 2007년 5월 30일.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가 첫 걸음을 뗐다. 당시 ‘황금어장’ 코너 중 하나였던 ‘라디오스타’는 현재 어엿한 단일 프로그램으로서 존재감을 빛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무한도전’과 나란히 MBC 장수 예능프로그램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수많은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폐지되는 동안, ‘라디오스타’가 토크쇼로서 자리를 지켜올 수 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라디오스타’가 대단한 이유는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게스트들을 하나의 특집 아래 묶어 시너지를 만들어냈다는 것. 방송에서 MC들의 합이 중요한 것처럼 동일한 날짜에 등장하는 게스트들의 합도 역시 중요하다. 이들이 어떤 특집으로 출연하냐에 따라 재미의 폭도 달라진다. 매번 새로운 주제로 특집을 꾸리는 ‘라디오스타’에서 유독 기억에 남았던 게스트 조합을 살펴봤다


일명, 라스가 살린 조합이다.

/사진=MBC ‘라디오스타’/사진=MBC ‘라디오스타’


가장 먼저 2008년 룰라 고영욱, 구피 신동욱, R.ef 성대현이 출연했던 방송을 떠올려 볼 수 있겠다. 성대현은 본인들을 ‘떨거지들을 모은 듯한’ 조합이라고 지칭하며 셀프 디스했다. 함께 그룹 활동을 했던 박철우는 실버타운에 있다고, R.ef 해체 이유는 이성욱 때문이라고 비화를 공개했다. 이에 질세라, 고영욱은 룰라 및 신정환에 대한 사건사고를, 신동욱은 MC몽과의 주먹다짐(?) 사건을 언급했다. 그야말로 솔직하고 꾸밈없는 토크의 정석이었다.

다음은 2009년에 출연한 룰라(이상민, 고영욱, 김지현, 채리나)다. 앞서 봤던 것처럼 ‘라디오스타’는 과거 활약했던 스타들을 재조명하는데서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한 물 간’ 스타들을 초대했다고 생각했겠지만, 한 때 가요계를 풍미했던 사람들인 만큼 제대로 터진 입담을 선보였다. 특히 ‘고영욱, 너 양아치니?’와 ‘이애기’는 한동안 유행어처럼 쓰였을 정도. 어렸을 때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2년 동안 호적 없이 살았다는 이야기가 이렇게 ‘웃플’ 수 있을까.


감자골 4인방도 ‘라디오스타’ 게스트 석에 나란히 자리했다. 박수홍, 김용만, 김수용은 MC 중 특히 김국진과 환상적인 합을 이뤘다. 김국진의 동료로서 이전의 예능 전성기를 다시 부흥시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예능계에서 꽤 영향력을 발휘했던 이들은 이날 중년 방송인의 자존심을 내려놨다. 출연료를 깎게 된 사연이나 사기 당한 사연 등을 솔직하게 풀어내며 관심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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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라디오스타’/사진=MBC ‘라디오스타’


2012년에는 ‘유세윤 기살리기’ 특집도 있었다. 유세윤은 ‘무릎팍도사’가 폐지된 뒤, ‘라디오스타’로 옮겨오게 됐다. 그러나 MC로서 잘 적응하지 못하자 제작진은 김준호, 김대희, 장동민, 유상무, 홍인규까지 개식스 멤버들을 한 데 모았다. 유세윤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개그맨들의 유쾌하면서도 찡한 의리를 엿볼 수 있던 방송으로 남는다. 다들 개그맨인 만큼 온 몸을 불사르는 살신성인의 정신이 대단했다. 특히 ‘개빙닭’ 장동민의 활약이 빛났다.

2013년 방송된 해돋이 특집은 출연 게스트만 살펴봐도 자연히 웃음이 나온다. 이날은 민머리, 일명 빡빡이 특집이다. 머리만큼은 누구보다 빛나는 염경환, 홍석천, 윤성호, 숀리가 출연했다. 특히 홍석천이 ‘하드캐리’했다. 커밍아웃부터 레스토랑 창업까지 귀가 솔깃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자의적 민머리, 타의적 민머리 등 탈모에 관한 상세한 설명과 생생한 증언을 더해 나름(?) 정보 제공의 역할도 했던 방송이다.

아이돌 특집은 재미없다는 편견을 완벽하게 깨부순 특집도 있다. 2015년 슈퍼주니어의 ‘나쁜 녀석들’ 특집이다. MC 규현과 합을 맞추며 슈퍼주니어의 악동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김희철, 최시원, 이특, 은혁, 동해, 예성은 민감할 수 있는 질문에도 최대한 솔직하게 답했다. 10년차 아이돌의 진솔한 매력이 드러났다. 멤버 탈퇴, 주먹다짐, 성민의 결혼까지 이야기하며 속 시원한 토크를 선보였다.

‘라디오스타’ 박창훈 PD에 따르면 사실 ‘라디오스타’는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던 프로그램은 아니다. 세트가 바뀌는 것도, 포맷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라디오스타’는 식상함이 없다.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데도 새롭다. 언뜻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이들의 조합도, 뻔할 것 같아 보이는 이들의 조합도 ‘레전드 편’으로 만들어낸다. 게스트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본질을 꿰뚫고 매력을 끌어내는 것이 바로 ‘라디오스타’가 10년을 이어올 수 있던 이유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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