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韓철강재 조달 막혀...美진출 기업 수익 비상

[美 '보호무역' 여파 본격화]

포스코 석도강판 공급 중단에

동양TCC 美공장 가동 차질

현대제철도 고율 반덤핑관세

냉연·열연강판 수출가에 반영

美 현대차까지 수익악화 우려





포스코와 US스틸이 지분 50%씩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내 합작법인 UPI의 실적이 적자로 돌아선 것은 미국발(發)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기업 피해가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율의 반덤핑·상계관세 영향으로 해외에 진출해 있는 국내 출자 기업의 철강 반제품 조달이 사실상 끊겨 수익성이 악화한 게 확인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한 게 현지 진출 기업의 수익성을 옥죄면서 스스로 피해를 함께 떠안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와 업계가 ‘보호무역주의는 미국 스스로에도 손해다’라는 점을 미국 통상 당국에 적극적으로 알려 국내 철강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UPI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난 2009년부터 내리 5년간 영업 손실을 내다가 권오준 포스코 회장 취임 첫해인 2014년 6년 만에 740만달러 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법인이다. 합작 파트너사인 US스틸 경영진이 UPI를 매개로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찾아 경영 노하우를 배워가기도 했다.


간신히 정상 궤도에 올라선 UPI가 이번에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유탄을 맞고 또다시 마이너스 실적을 받아들자 철강업계는 ‘올 게 왔다’면서도 당황하는 분위기다. 거의 모든 철강 판재류의 반제품으로 쓰이는 열연·냉연에 대한 ‘폭탄 관세’ 부과의 후폭풍이 기업의 경영상 숫자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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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60%가 넘는 한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미 정부의 ‘관세 폭탄’이 결정되자 권 회장은 “상당히 난감하다”며 “UPI가 적자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고 예고한 바 있는데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현재 포스코의 대미 열연 수출은 아예 중단됐고 냉연도 기존에 계약이 체결된 아주 적은 물량에 대해서만 수출이 이어지고 있을 뿐 추가 계약이 없어 사실상 수출이 끊겼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포스코 같은 공급사들은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타개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 한국산 철강재를 수입해온 현지 업체들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미국에 합작법인을 두고 있는 표면처리 강판업체 동양TCC는 포스코로부터 들여오던 석도강판(BP) 공급이 끊겨 공장 가동과 제품 품질에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다. 식음료 캔에 쓰이는 석도강판은 냉연강판의 일종이라 수입이 끊겼다.

미국 앨라배마주와 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 공장에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하는 현대제철도 남 일이 아니다. 미 정부는 현대제철이 수출하는 도금강판에 47.8%, 냉연과 열연에 각각 38.2%와 13.4%의 반덤핑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현대제철은 그룹사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생산라인을 멈출 수 없어 일단 반덤핑 관세를 제품 가격에 반영해 수출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누적되면 현대제철이든 현대·기아차든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공급사와 유통채널, 최종 수요처가 관세 부과로 오른 가격을 적절히 분담하는 방식으로 피해를 최소화해 수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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