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M아카데미] 기업의 존재이유 '미션' 명확히 설정하라

이상명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사업영역 등 기업활동 방향 정하는 나침반 역할 수행






“왜 사세요?” 어느 누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당황스러움을 넘어서서 “왜 이러세요?”라는 반응이 먼저 나오지 않을까. 그러나 스스로에 대한 이 같은 질문을 놓치고 살기에, 매 순간 너무나 열심히 살아왔노라 자부하면서도 어느 순간 문득 내 삶을 돌아보며 회한을 안게 되는 건 아닐까. 우리는 이런 근본적인 질문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하루하루 삶의 ‘최선’에 매몰돼 있다. 우리네 삶에서 그러하듯 기업활동에서도 그 존재에 대한 가장 기본이 되는 질문, 즉 ‘우리 회사는 왜 존재하는가’의 고민을 하게 하는 것이 바로 강령(mission statement)이다.

전략적 분석의 출발점은 기업이 원하는 바로서의 목표라 할 수 있는 비전과 기업의 존재이유를 정의할 수 있는 미션을 명확히 하는 일이다. 경영이념·경영철학·기업목적 등 다양한 표현으로 나타나는 기업의 미션은 조직의 존재이유이자 궁극적인 목적을 밝히는 표현으로 기업활동의 방향성을 정해주는 방향타와 같은 역할을 한다. 가령 나이키는 ‘이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영감과 혁신을 불러일으킨다’라는, 또 GE는 ‘세상을 위한 새로운 시대의 개척’이라는 미션 아래 사업영역을 정하고 경영을 해나간다. 삼성전자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에 공헌하는 혁신적 기술, 제품, 그리고 디자인을 통해 미래 사회에 영감 고취’라는 미션을 갖고 있다.





극단적 평가 나뉘는 한국기업


“세계 11대 경제대국 일궈낸 주체” 찬사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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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발 사업확장 등 사회문제 주범” 비난도

4차 산업혁명 거대한 물결 직면

단기적 성과에만 매몰 ‘how적 사고’ 벗어나

業에 대한 근본적 고찰 ‘why적 사고’ 나서야

이러한 기업 미션은 조직 성원에게는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를 바탕으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정하는 기준이 되고 기업에는 사업영역의 범위를 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필자는 아직 나이키와 GE가 그런 미션의 범위를 벗어나는 사업영역을 시도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이러한 미션을 기업이 아닌 개인에게 적용해 본다면 이는 개인의 가치관과 비슷한 개념이라 할 수 있겠다. 내가 왜 살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기준을 가지고 판단하며 살 것인가 하는 척도인 셈이다. 너무나 중요하지만 내 삶에서 간과되기 쉬운 것, 바로 그 가치관인 것이다.

우리 기업에 대한 평은 참으로 극단적이다. 세계 11대 경제 대국을 일궈낸 주체라는 찬사와 함께 현재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의 근원이라는 비난도 있다. 그런 비난의 중심에는 ‘재벌’이라는 용어가 제일 먼저 떠올리게 하는 단어가 ‘문어발’이라는 극단적인 사업 다각화의 과정이 있다. 그러나 경영전략의 측면에서 다각화는 기업 성장을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기에 그 자체를 비난한다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문어발 표현처럼 너무나 많은 의외의 사업들을 펼치고 있는 데 비난의 근원이 있다. 이는 우리 회사의 존재목적과 하고자 하는 업(業)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의 부족에서 온 것이라고 필자는 분석한다. 즉 우리 기업은 당면한 성과에 집중하며 효율성을 높이 ‘하우(how)적 사고’에만 몰입해왔지 왜 우리 기업이 이 사회시스템에서 존재하고 어떤 업을 담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와이(why)적 고찰’은 약했던 것이다. 조직 구성원으로서, 또 한 개인으로서의 우리 삶도 마찬가지여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효율성의 극대화에는 너무도 익숙하지만 ‘내가 왜 최선을 다해야 하고, 내 존재 의미는 무엇이며, 나는 왜 일을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고찰은 부족하다. 그러기에 의미부여를 통한 자발적 동기유발은 교과서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로 전락했다. 갤럽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종업원들의 직무 몰입도는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 앞에 서 있다. 지금까지의 연속선상의 환경변화를 넘어 물리성과 가상성이라는 두 분리된 영역이 혼재되는 초융합·초연결의 세상에 맞닥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주어진 경쟁 규칙의 효율성만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상황은 마치 서서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따뜻한 물속의 개구리’와 같다. 이제 우리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how적 사고’에서 벗어나 우리 회사는 왜 존재하는지, 소비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why적 사고’의 고민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우리네 삶에서도 내 삶의 존재이유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일에 대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일에 대한 몰입도를 어떻게 높여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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