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조성주의 스타트업 코칭] <42>창업 못말리는 이유

KAIST 경영대 교수

실패해도 배울수 있어 더 유익

창업 성공할지 실패할지 100% 확신 못해

고객 만나봐야 아이템 업그레이드도 가능






“여러분의 제품이 고객에게 필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 계신가요?”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강. 아무도 손들지 않는다. 청중이 창업자인데 손을 든다면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다.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는 혁신형 창업기업의 3년 생존율을 48.1%라고 발표했고 그 이전 무역협회는 41% 수준이라고 했다. 미국 CB인사이트는 실패한 최고경영자(CEO)에게 이유를 물어본 결과 42%에게 시장 수요가 없는 제품이었다는 대답을 들었다. 안타깝지만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창업자들의 절반은 3년 내 실패할 것이고 그중 절반은 고객이 원하지 않는 상품을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지만 창업자 누구도 그것이 자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창업자는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가 시장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쟁사 제품은 평가절하해 생각한다. 이를 전제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나열하며 장밋빛 미래를 그린다. 하지만 대부분의 첫 아이디어들은 사실 좀 이상하다. 실패가 자명해 보이는 것도 많다.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며 말리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말리는 것만이 정답은 아닌 것 같다.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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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수학 공식이 아닌 이상 100% 안 되는 일은 없다. 다른 누군가는 그 제품을 필요로 할 수도 있다. 또 누가 알겠나. 인기 연예인의 공항 패션에 자사 제품이 찍혀 대박이 날지도 모른다.

둘째, 해봐야 알 수 있고 그래야 배울 수 있다. 창업자가 하려는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빤히 보일 때가 있다. 해보지 않고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창업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해봐야 알게 된다. 이때 주위의 만류로 실행해보지 못했다면 배움도 없고 후회만 남을 것이다. 실패하더라도 해보는 것이 더 유익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경험이 세상을 알아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셋째, 고객을 만나야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처음 아이디어가 이상해도 고객을 만나는 과정에서 방향을 찾아 나가게 된다. 만나지 않았으면 영영 몰랐을 것이다. 투자자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창업팀의 역량이 바로 여기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첫 번째 고객을 만나고 나서도 그대로인 사업계획서는 없다’는 말이 있다. 고객을 만나야 창업자의 사업 가설을 업데이트하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성공한 창업자의 첫 번째 창업 아이디어가 그 자체로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유튜브는 동영상으로 친구를 사귀는 플랫폼으로 시작했고 페이스북은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만든 하버드생을 위한 열 몇 개의 서비스 중 하나였을 뿐이다.

결국 창업자 옆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좋은 질문으로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 최소의 시간과 비용으로 사업 모델을 검증하는 법 등을 조언하는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아무 리스크도 지지 않는 것이다.” 페이팔 설립자인 피터 틸의 조언이 떠오른다. sungjucho@busines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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