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여유국이 회의를 소집해 한국 여행상품 판매 금지 조치를 해제할 것입니다.”
얼마 전 한중 관계 회복에 시금석이 될 금한 조치가 곧 해제될 것이라는 소문이 몇몇 매체의 뉴스를 타고 독자들에게 전해졌지요. 중국 특사 파견에 맞물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완화 소식이 이어진 끝에 이런 소식까지 나오면서 관광업계는 중국 단체 관광객의 한국 방문을 금지한 3·15조치가 곧 풀릴 것이라는 기대로 한껏 부풀어 올랐습니다.
저 역시 중국 국가여유국이 개최한 회의에서 무슨 내용이 나왔는지를 취재하기 위해 여행사 등에 전화를 돌리느라 정신이 없었죠. 하지만 허망하게도 취재 결과 소문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국가여유국이 지난 5월20일 개최할 것이라던 회의는 열리지도 않았고 심지어 중국 관광당국의 소식에 정통한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들까지 한목소리로 “회의 개최 예정설도 사실이 아니다. 이 소문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비공식적으로 금한 조치를 내린 공산당이 금한 조치 해제와 관련한 회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얘기가 관광공사와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국가여유국의 회의가 12일 예정이었다가 20일로 늦춰졌고 회의가 열릴 것이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사실무근의 추측일 것이 뻔할 듯하지만 이 역시 사실 여부를 도무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보니 취재기자로 그저 갑갑할 따름입니다.
하소연 삼아 말씀드리자면 공산당이 사실상 모든 것을 통제하는 중국의 특성상 중국 관련 소식을 취재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우리 문화체육관광부와 중국 국가여유국의 교류가 단절된 요즘은 중국에 나가 있는 한국 여행사들이나 현지 관계자들에게 소식을 듣는 것 외에 중국의 동향을 파악할 방법은 사실상 없습니다. 그렇다고 취재기자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겠죠. 지금처럼 금한 조치 완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중국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뉴스거리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더 그렇습니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금한 조치 분위기에 편승해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사실인 것처럼 보도될 경우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 가짜 뉴스는 자칫하면 모처럼의 한중 간 해빙 무드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까지 초래할 수도 있겠죠.
오죽하면 보다 못한 중국 공산당 대변지인 환구시보가 ‘부상편편(浮想翩翩)’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한국 매체들을 향해 일침을 날렸겠습니까. ‘부상(浮想)’은 ‘터무니없는 생각’을, ‘편편(翩翩)’은 날갯짓하는 모양을 가리키는 단어라죠. 한국 언론이 김칫국을 마시고 있다는 비아냥으로 해석해도 무리는 없을 겁니다.
당연히 공산당 대변지의 냉소에 위축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도 민감한 시기인 만큼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노력은 필요합니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사실무근의 추측이 마구 범람하지 않도록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업계와 정부의 소통 수준을 지금보다 높이는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