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반도체 외끌이 성장 한계 보여준 실물경기

실물경기 회복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통계청이 내놓은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4월 중 전체 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1.0% 떨어졌다. 이런 감소폭은 1년3개월 만에 최대치여서 회복의 불씨가 꺼져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낸다. 재고 증가 속에 제조업의 가동률이 떨어진 것은 좋지 못한 징후다. 다만 월간 단위의 경제지표는 대체로 변동성이 높은 편이고 전월의 기저 효과에 좌우되는 측면도 큰 만큼 비관적으로 속단할 것은 아니다. 통계청도 생산 증가세가 꺾인 것은 아닌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무튼 연초부터 꿈틀대던 경기가 회복의 탄력을 받아 치고 나가지 못하는 양상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실물경기의 바로미터인 산업활동이 곤두박질친 것은 반도체 생산이 9.2%나 감소한 게 결정적이다. 이 바람에 광공업 생산이 2.2% 줄면서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반도체는 산업 생산을 견인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출 역시 반도체가 이끌어왔다. 이번 산업활동 동향은 2% 저성장에 빠진 우리 경제가 반도체 외끌이 성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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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면서 산업 전반의 균형 성장을 도모할 묘책은 없다. 원론적이기는 하지만 생산과 소비, 수출과 내수에 고르게 온기가 퍼지지 않는다면 저성장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대외 경제여건은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다지만 어떤 정책을 쓰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새 정부가 역점을 두는 소득중심의 경제가 성장의 질을 높이는 효과는 있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무엇보다 파이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규제를 풀어 기업 활력을 높이는 일이다. 큰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다. 산업 생산의 반도체 쏠림처럼 한쪽으로 기울어진 정책으로는 저성장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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