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추가 반입 과정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국방부가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31일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국방부가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석연찮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Q&A로 짚어봤다.
①국방부, 26일 靑에 ‘4기 추가 반입’ 보고했다는데 사실인가=거짓말로 보인다. 국방부는 지난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보고 누락 경위에 대한 조사를 지시하자 “2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이미 보고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31일 청와대에 따르면 국방부의 보고서 초안에 들어 있던 ‘4기 추가 배치’ 관련 핵심문구가 나중에 누군가에 의해 삭제됐다. 새 정부에 반입 사실을 숨기려고 일부러 지운 것으로 보인다. 28일에는 정 안보실장이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점심 식사를 하며 “사드 4기가 추가 배치됐다는데요”라고 묻자 한 장관은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며 딴청을 부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말대로 26일 이미 보고된 사항이라면 한 장관이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대답을 할 리가 없다.
②한미, 의도적으로 추가 4기 반입 숨겼나=군사기밀이라고 판단하고 일반에 알리지 않았을 수는 있지만 이를 새 정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의도적인 행동으로 보인다. 한미 군사 당국은 3월6일 사드 구성품을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들여온 뒤 7일 이 사실을 영상과 함께 공개했다. 이후 4월26일 YTN 등 일부 매체는 추가로 반입된 사드 4기를 운송하는 장면을 포착했다며 관련 영상을 보도했지만 한미는 이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았다. 군사기밀이어서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다면 이해해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새 대통령에게까지 보고하지 않은 것은 국기문란행위다.
③미국의 보안 유지 요청이 있었다는데=이날 군 관계자는 “발사대 2기 배치 이후 사드 장비 추가 배치와 운용에 대해 미국 측에서 보안 유지 요청을 해왔다”며 미국의 요구에 따라 새 정부에 보고를 생략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대통령에게 보고를 생략했다면 이는 한국 군과 국방부가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미국이 보안을 요구했다는 사실 자체를 대통령에게 보고하면 될 일이다. 미국의 요구 때문에 내각 수반이자 군 통수권자를 상대로 국방부와 군이 거짓 보고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④국방부 보고 누락은 누가 주도했나=현재까지는 한 장관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대한 국방부 보고서에서 사드 4기 추가 반입 관련 내용을 빼는 것은 장관 외에는 지시할 수 없는 일이다. 28일 정 안보실장에게 “그런 게(4기 추가 반입) 있었습니까”라며 모르는 체를 한 것도 한 장관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일을 주도했다고 본다. 김 전 안보실장은 사드 배치 결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고 한 장관의 육사 3기수 선배다. 이 때문에 김 전 안보실장이 한 장관에게 은폐를 지시했거나 두 사람이 뜻을 모았다고 보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을 비롯한 전 정권의 국방·안보 수뇌부가 새 정부를 향해 집단 항명성 행동을 한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⑤사드 4기 추가 반입 보도가 나왔는데 보고가 왜 필요하냐는 자유한국당 주장은=대통령이 국가 중대사를 문서나 대면보고가 아닌 방송 보도로 인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주장은 한마디로 난센스다. 오히려 언론 보도로 먼저 알려진 내용이라면 해당 부처가 더욱 자세히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국방부는 의도적으로 보고를 생략했다.
⑥특정 세력의 경제적 이익 걸렸나=리베이트 문제는 조사 과정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사항이다. 사드 또한 방산 비리와 연결된 게 아니냐는 얘기는 배치 결정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의혹이다. 사드를 둘러싼 비리 혐의가 포착될 경우 전방위적인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