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대통령 경제사절단

0116A39 만파2


2006년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을 앞둔 청와대에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해외방문을 수행할 경제4단체장들로부터 현지 항공사정 등을 이유로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통상 경제인들은 대통령 전용기를 타지 않고 별도의 항공편으로 이동해온 관행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경제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나이지리아를 오가는 구간에서 전용기 탑승을 허용했다. 당시 재계 인사들의 대통령 전용기 동승은 노태우 정부 이후 처음이었다고 한다.


경제사절단을 활용한 정상외교는 국제무대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외교수단이다. 개별 회담은 물론 국제회의에 참석하더라도 기업인들을 동반하면 대규모 투자 체결이나 외자 유치가 훨씬 수월해지고 상대국의 호감을 이끌어내기 마련이다. 각국마다 골치 아픈 정치·외교 사안에서 벗어나 경제외교의 성과에 매달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워싱턴DC를 방문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때는 150여명의 기업인들이 수행했고 보잉기 300대 구매라는 통 큰 선물까지 내놓았다. 시 주석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역대 최대인 250여명의 기업인들이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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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사절단은 과거 경제단체에서 참여기업을 모집하기도 했지만 최근 방문국과의 사업 관련성이나 순방활용도·사업유망성 등을 고려해 개방형 공모제로 선정하기도 한다. 기업들이 정상외교 경제활용 포털에 지원하면 이를 토대로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군에 포함하는 방식이다. 과거에 비해 참여의 문호가 넓어지기는 했지만 역대 최대 규모라는 식으로 보여주기식 순방외교에 머물러 실질적인 성과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에 파견될 경제사절단 구성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일정 자체가 워낙 촉박한데다 여러 사정으로 과거처럼 대규모 사절단을 꾸리기가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어쨌든 과거처럼 규모나 자랑하며 모양만 내세우기보다 하나라도 더 국익을 챙기는 실속외교가 중요한 것은 분명한 듯하다. 정상범 논설위원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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