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배가 너무 고파서..." 바나나·빵 훔친 '현대판 장발장' 선처

일용직 근로자인 50대 남성

생활고에 마포 일대서 절도

"다시는 이렇게 살지 않을것"





서울경제신문은 언론매체에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거나 많은 이들의 관심을 가질 만한 사건을 선별해 후일담 등을 담아 ‘S패트롤’로 소개합니다. 현장 기자들의 취재수첩에 담긴 내용을 가감 없이 전할 예정이니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뉘우치고 있습니다. 다시는 이렇게 살지 않겠습니다.”


재판정에 엄숙한 분위기가 흘렀다. 변호인석은 비어 있고 피고인석에는 50대의 남성 한 명만 앉아 있었다. 그는 공판 내내 고개를 숙인 채 재판장의 말을 곱씹으며 듣는 듯했다. 재판관이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자 그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절도죄로 재판에 넘겨진 그가 훔친 물건은 바나나 2송이와 사탕 2개, 빵 2개였다. 배가 고파 음식물을 훔치다 감옥에 갈 뻔한 현대판 장발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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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법 조영기 판사는 일용직 노동자로 바나나 2송이, 사탕 2개, 호두파이 2개를 훔치다 적발된 일용직 근로자 이모(55)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자녀나 가족 없이 건설 현장에서 하루 일당을 벌며 살고 있었다. 범행 당시에도 “배가 너무 고팠다. 눈앞에 있는 음식을 보니 집어가고 싶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마포구 일대에서 과일과 빵 등을 훔쳐 먹으며 생을 연명하던 이씨는 범행 당시에도 생활비를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포구 상수동 일대 가게 주인들은 이씨가 다녀간 뒤 음식이 자꾸 없어지는 것을 보고 인근 지구대에 신고했고 지구대 경찰은 현장에서 음식물을 훔치던 이씨를 붙잡았다.

재판에서 국선변호인을 신청하지 않은 이씨는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최후변론에서 “다시는 같은 일을 하지 않겠다”는 한마디를 남겼다. 조 판사는 “절도 전력이 있으나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며 양형 사유를 밝혔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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