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쭉한 화면에 비슷한 기능. 매년 출시되는 신형 스마트폰을 언뜻 보면 큰 차별점이 없어 보인다. 달라진 것이라고는 기본으로 탑재된 애플리케이션의 아이콘 모양과 각 기능을 수행하는 메뉴 형태가 전부인 듯하다. 그래서 ‘고작 이런 변화를 위해 전 세계 수백 명의 유능한 디자이너들이 모여 머리를 쥐어뜯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화면전환·사운드·빅스비 등
수많은 분야의 인력들 참여
이런 의문을 갖고 갤럭시S8 사용자환경(UX) 개발 주역인 고재호·박주연·전희경·백주연·정준원 디자이너를 최근 서울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에서 만났다. 무선사업무 UX혁신팀 소속인 이들은 “디자이너들이 아이콘이나 배경화면 그림 몇 개만 그리던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다”고 단언했다.
UX 디자이너들은 스마트폰에 특정 기능이 정해지면 이 기능이 어떤 식으로 작동해 어떤 형태로 소비자가 사용할 것인지의 전 과정을 책임진다. 스마트폰을 켜는 순간부터 꺼질 때까지 소비자들이 보고 듣고 만지는 모든 것들에 디자이너들의 땀이 녹아 있는 셈이다. 박주연 디자이너는 “제품에 탑재되는 기술과 기능들이 고도화될수록 이를 더 쉽고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디자인 역량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삼성전자 UX혁신팀에는 화면전환을 부드럽게 연결해주는 VI(Visual INteraction) 담당부터 그래픽을 만드는 GUI 담당, 소리 하나하나를 디자인하는 AUX 담당, 사용성을 높여주는 유저빌리티 담당, 사용상의 전체 흐름을 설계하는 UI 담당 등 수많은 분야의 인력이 참여한다.
“뭐가 바뀐거야 할 정도로
불편함 없다면 성공적
소비자 관점 모든것 고민”
고재호 디자이너는 “스마트폰을 이용했을 때 ‘도대체 뭐가 바뀐 것이냐’고 말할 정도로 불편함이 없다면 성공적으로 UX를 만든 것”이라며 “마치 우아한 백조가 물속에서 발을 열심히 움직이는 것처럼 끝없이 고민하고 테스트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대표적 기능이 바로 이번 제품에 처음 탑재된 인공지능(AI) 음성비서 빅스비(Bixby)다. 빅스비가 AI 분야 담당 개발자들에 의해서만 탄생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단순하게는 빅스비를 실행했을 때 보이는 색상부터 각종 추천 기능의 노출 순서까지 소비자 관점에서 UX 디자이너들이 고민한다. 사용자 지시나 명령에 따른 빅스비의 대답 및 문구, 말투, 목소리 등이 소비자들과 괴리가 없도록 기획하는 것도 이들의 임무다.
백주연 디자이너는 “빅스비에서 카드 형태로 제공하는 정보 추천 순서나 버튼 배치 등도 통계 데이터 기반으로 산출해 결정된 것”이라며 “기본적으로는 작은 화면에 미니뷰(mini view)로, 원할 때는 큰 화면의 풀뷰(full view)로 빅스비를 사용할 수 있게 한 것도 수많은 실험과 토론을 거쳐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탑재된 기본 앱의 모든 기능을 음성만으로 조작할 수 있게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용한 기능을 찾기 힘들어하거나 사용에 불편을 겪는 소비자들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다. 전희경 디자이너는 “음식 모드로 찍으면 사진이 잘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누군가는 카메라의 음식 모드를 찾는 데 애를 먹을 것”이라며 “갤럭시S8에서는 ‘음식 모드로 찍어줘’라고 말하면 모든 게 해결될 정도로 간편하다”고 자랑했다. 그러자 정준원 디자이너는 “지금은 일부 앱에서만 가능하지만 앞으로 다른 앱과 연동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다”며 “지금까지 나왔던 어떤 서비스보다 강력할 것”으로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