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美 사드 논란에 불만..정상회담 악재?

더빈 의원 "국민 지키기 위해 사드 필요한데 논란 이해 못해"

비용부담,FTA 재협상 요구땐 文대통령 자기주장 못할수도

靑 "그런 발언 없었다" 반박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일 한미정상회담 준비차 미국 워싱턴으로 떠나기 앞서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영종도=이호재기자.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일 한미정상회담 준비차 미국 워싱턴으로 떠나기 앞서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영종도=이호재기자.





한국을 찾은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가 지난달 31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원치 않으면 해당 예산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고 말한 사실을 1일 언론에 공개하면서 이달 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가 악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빈 의원은 민주당 소속의 일리노이주 출신 연방 상원의원으로 국방 예산을 담당한다. 그는 “미국은 어려운 예산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 “한국이 원하지 않으면 미국은 9억2,300만달러(약 1조3,000억원)를 다른 곳에 쓸 여유가 생긴다”고 문 대통령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사드를 둘러싼 한국 내 논란에 대한 워싱턴의 기류를 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마디로 한국이 싫다고 하면 미국은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지 않으면 그만이니 한국은 논란을 끝내고 스스로의 비용을 들여 사드를 배치하는 게 맞다는 얘기다.

더빈 의원은 “내가 만약 한국에 산다면 북한이 한국에 퍼부을 수백 발의 미사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되도록 많은 사드 시스템을 원할 것 같다”며 “왜 그런 정서가 논의를 지배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나는 국가 안보와 방어가 (논의를) 지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뒤 자신의 이런 생각을 문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더빈 의원의 말이 개인의 견해를 넘어 워싱턴의 대체적인 정서라면 6월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워싱턴 관료들이 한국 측에 같은 주장을 전개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청와대는 더빈 의원이 전날 문재인 대통령 예방 때 “한국이 사드 배치를 원치 않으면 관련 예산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말한 것에 대해 “그런 말은 듣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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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문 대통령과 더빈 의원 간 대화에 그런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더빈 의원이 전날 ‘미국 납세자들의 세금으로 미국 정부는 한국의 사드 배치를 위해 9억2,300만달러를 지불할 예정인데 한국 내에서 사드 배치가 큰 논란이 된다는 점이 놀랍다. 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견을 여쭤보고자 한다’고 말했다”고 발언 일부를 공개했다.

하지만 “어제 대화에서 예산을 다른 데 쓰겠다고 한 발언은 못 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국회의원 입장에서 보면 한국의 방위를 위해 우리가 돈을 내는데 왜 이런 논란 있느냐고 하는 평상적 질문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면서 “사드의 절차적 문제를 모르는 상황에서 단순히 미국 세금으로 너희를 지켜주는 데 왜 논란이 되느냐고 미국 입장에서 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해명성 설명에도 불구하고 더빈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사드 해법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만큼 한미 정상회담은 물론 앞으로 한미동맹 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사드 조기 배치와 한국의 비용 부담을 동시에 요구할 경우 정상회담 분위기는 대단히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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