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웨이하이(威海)의 한 터널에서 발생한 유치원 통학차량 화재로 자녀를 잃은 유족 공동대표 김미석씨와 이정규씨는 “조사결과 내용에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면서 불복 신청할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유족들은 이날 산둥(山東)성 공안청의 수사결과 발표에 앞서 설명을 듣고 “중국 수사당국의 납득이 가지 않는 설명이 운전기사 책임으로 몰아가려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말했다.
이들은 먼저 운전석 뒤에서 화재가 처음 시작됐다는 당국의 설명을 지적했다. 그동안 현장을 찍은 영상이나 사진을 봤을 때 분명 운전석 쪽이 아닌 차량의 오른쪽에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어 “지나가던 승용차 블랙박스 각도에서 봐서 그렇게 보일 뿐이라거나 차 문이 열리면서 불길이 쏟아져서 그런 것이라고 중국 당국이 설명하지만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중국 당국은 현장 주변에서 모두 5만 시간 분의 동영상을 확보했다고 했지만 유족들에게 보여준 것은 5분 분량도 안됐다”면서 동영상과 증거물 모두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또 운전기사 충웨이쯔(叢威滋)씨가 범행을 준비하고 휘발유를 미리 사 운전석 뒷 쪽에 비치해뒀다는 중국 당국의 설명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충씨가 버스에 4월20일 오후 5시에 주유하고서 사고가 난 5월9일까지 운행을 지속할 수 있었겠느냐”면서 주유 당시에 충씨가 샀다고 중국 당국이 주장한 기름통이 휘발유가 아닐 가능성을 제기했다. 연료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경유통을 추가로 사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유에는 직접 불이 붙지 않는다. 이씨는 또한 “중국의 운전기사들은 통상 부족한 월급을 보충하려 기름을 사놓곤 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 당국은 영상에서 충씨가 고민을 하다 왼팔을 늘어뜨린 것을 기름통을 연 것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김씨가 물통을 열고 물을 마시려다 그만둔 것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중국의 운전기사들은 운전석 부근에 물통을 두고 수시로 마신다.
김씨와 이씨는 이와 함께 버스가 추돌한 차량을 쓰레기 수거차량으로 알고 있었는데 영상을 보니 중국 산림당국 소속의 나무에 물을 뿌리는 차량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통상 터널에 들어가지 않는 살수차가 터널 안에서 정차해있는 이유와, 쓰레기 수거차량으로 둔갑된 이유에 대한 해명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씨는 “운전기사가 버스 중간에서 숨진 채 발견된 점으로 미뤄보면 경제적 고통으로 인해 아이들과 함께 죽으려고 준비된 방화였다는 설명이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 또한 “중국 당국이 충씨의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하고 있는데 충씨가 굉장히 밝은 성품에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도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었다”면서 “2∼3년간 봐왔던 아이들에게 그런 일을 저지를 만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김씨는 또 차량관리에 대한 책임 문제도 충분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차량이 얼마나 됐는지에 대한 중국 당국의 설명이 없었다”면서 개인적으로 파악한 정보라는 전제를 달고 차량이 오는 7월 폐차를 앞두고 있을 만큼 오래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처럼 수많은 의문점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면서 조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고 재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족들은 중국 당국에 2차 설명회를 열고 해소되지 않은 의문점에 대한 진상을 확실히 밝혀줄 것을 요청하고, 이 자리에서 영상 증거물 공개, 사고 차량 확인, 숨진 자녀의 유품 잔해의 반환을 요구하기로 했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