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민원인들 반말에 성희롱까지...감정노동 시달리는 도서관 사서

사서 1명 담당 인구 2만명 달해

대출·열람업무 감당하기도 벅차

대부분 비정규직...고용도 불안

연합뉴스연합뉴스


“어이 아가씨, 화장실이 어디야? 도서관 언제까지 문 열어? 여기 와서 이거 찾는 것 좀 도와줘봐.”

서울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는 H씨는 반말이 뒤섞인 이 같은 민원을 종종 받는다. ‘이 정도는 뭐’를 되뇌면서 웃음으로 응대하지만 때때로 심한 감정노동에 시달리기도 한다. H씨는 주 35시간을 근무하는 시간 임기제 사서이다. 열린 공간에서 저녁 시간(오후8~9시)에 홀로 자료실을 지킬 땐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는 “지난해 여름 정신질환자로 의심되는 한 남성이 매일 밤 시간대에 찾아와 계속 쳐다보거나 성희롱 발언을 일삼기도 했다”고 전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직인 사서가 갖가지 악성 민원과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서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한 일부 시민의 몰상식한 행태와 열악한 근무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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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서를 책 대출과 반납만 관리하는 직업으로 오해한다. 하지만 사서는 정해진 예산에서 양질의 책를 구입하고 각종 독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다.

국내에서 사서들이 마주한 현실은 전문성을 살리기보다는 당장 눈앞의 민원을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실제로 사서 1명당 마주하는 인구가 2만명에 이르다보니 대출과 열람업무를 감당하기에도 힘겨운 실정이다. 더욱이 고용 형태 대부분이 민간 위탁에 의존한 비정규직이라 고용 불안에도 시달리고 있다.

이정수 서울도서관장은 “국내 도서관 역사를 70여 년으로 보는데 그동안 외형은 커졌지만 콘텐츠를 운영하고 꾸려가는 인적 자원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부족했다”며 “도서관이 정보 교류와 커뮤니티의 장(場)으로 자리 잡으려면 ‘사람’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도서관장을 비롯해 서울시내 구립도서관장들은 오는 22일 한자리에 모여 사서에 대한 처우와 근무환경 등을 논의한 뒤 개선 방안을 정부에 제안(건의)하기로 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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