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FORTUNE FEATURE|세계시장은 화웨이에게 충분히 넓을까?

IS THE WORLD ENOUGH FOR HUAWEI?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화웨이가 중국시장에서 스마트폰 업체 1위에 오른 뒤 유럽에서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이 세계 3위 스마트폰 업체가 애플과 삼성에 도전장을 내밀기 위해선 미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니면 미국시장 없이 살아남을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깊은 숲과 습지, 툰드라 지대로 이뤄진 핀란드에서(온화한 중국 남부 화웨이 본사에서 5,000마일 떨어져 있다), 화웨이가 세계 스마트폰 과점 체제를 무너뜨리고 있다.

노키아의 본국 핀란드는 한때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의 중심에 있었다. 지금은 애플과 삼성이 핀란드를 포함한 모든 국가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화웨이의 스마트폰 점유율은 최근 18개월 동안 핀란드에서 밑바닥부터 정상까지 빠르게 상승했다. IDC 조사에 따르면, 2016년 1분기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율은 애플의 10배에 달했다. 10월에는 삼성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선두를 차지했다.
요즘 헬싱키에서 화웨이 광고판을 마주치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핀란드의 최정상 하키팀 조커릿 Jokerit도 화웨이의 만개한 꽃 모양 로고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고 있다. 전자기기 판매점에도 화웨이 휴대폰이 삼성과 애플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다. IDC 연구원 프란시스코 제로니모 Francisco Jeronimo(그는 지난 겨울 이 상황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런던에서 핀란드로 날아갔다)는 “매우 놀라운 일이다. 화웨이 제품이 어딜가든 있다”고 말했다.


한 엔지니어가 핀란드의 기지국에서 화웨이 안테나를 조정하고 있다. 핀란드에선 화웨이 스마트폰이 가장 인기가 높다.한 엔지니어가 핀란드의 기지국에서 화웨이 안테나를 조정하고 있다. 핀란드에선 화웨이 스마트폰이 가장 인기가 높다.



많은 기술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제로니모는 고급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애플과 삼성의 아성이 향후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 예측했다. 2011년 이후 애플과 삼성은 업계 1, 2위였고, 그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인 3인자는 없었다. 덕분에 두 기업은 엄청난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기회를 거머쥘 수 있었다.
그러던 중 화웨이-아마 두 대기업이 쥐고 있는 고삐를 느슨하게 만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전자일 것이다-가 등장했다. 610억 달러 매출 규모와 직원 17만 명을 보유한 이 기업은 전 세계 170개국에서 통신기기를 판매하고 있다. 2014년 이후 통신 시스템을 뒷받침하는 네트워크 장비 판매 부문에서 스웨덴의 에릭슨 Ericsson을 누르고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이제 목표는 휴대폰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다. 화웨이는 중국시장을 정복하고 나아가 유럽에서도 입지를 넓히기 위해 성큼성큼 나아가고 있다. 화웨이가 유럽에서 선전한 데에는 무선 통신사와 파격적인 부가 계약을 맺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화웨이의 성공은 부분적으론 경쟁자들이 따라올 수 없는 광범위한 기술력 덕분이다. 회사는 무선 통신에 필요한 모든 것을 생산하고 있다. 신호를 전송하는 텔레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네트워크와 상호작용하는 스마트폰 내부 칩을 만들고 있으며, 스마트폰 기기도 직접 제작하고 있다. 이 제품들 대부분은 선전 Shenzhen 신도시에서 생산되고 있다. 제너럴 모터스가 주간 고속도로 체계를 마련해 자동차를 판매했던 것과 같은 방식이다. 화웨이는 네트워킹 매출로 자금을 모아 중국의 라이벌 기업들보다 연구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했고, 그 덕분에 아이폰 및 갤럭시와 견줄만한 품질의 휴대폰을 제작할 수 있었다.
그 결과는 치솟는 성장이었다. 화웨이는 2015년 1억 800만 대의 휴대폰을 판매하며 세계 3위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2016년에는 선적량이 30% 증가해 1억 4,000만 대로 늘어났고, 그에 따라 매출도 약 40% 상승한 1,780억 위안(265억 달러)를 기록했다. 업계가 전 세계적으로 한 자릿수 상승에 그쳤음에도 말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를 연구하는 가트너 Gartner의 애널리스트 CK 루 CK Lu는 “매우 빠른 성장세다. 세계 시장 관점에서 화웨이는 가장 성공적인 중국 브랜드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상승세는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화웨이는 중국 정부의 대출을 앞세워 아프리카 및 라틴 아메리카에 네트워크 사업을 구축했다. 이곳에서 얻은 경험을 기반으로 유럽의 주요 통신사와 네트워크 장비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유럽에서 최신 네트워크용 장비들을 판매하고 있는 화웨이는 2016년 첫 9개월 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두 배로 늘려 12.2%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는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에서 1위, 이탈리아와 폴란드, 헝가리 및 스페인에서 2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 애플과 마찬가지로 수 백 명의 기자들을 초청해 뮌헨과 런던에서 개최되는 화려한 전자 박람회에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판매 시장인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주도권 다툼은 국내기업 간에 벌어지는 아슬아슬한 골목대장 싸움과 닮아있다(중국의 4대 스마트폰 기업 기사를 참조하라). 하지만 국내시장에서도 화웨이의 상승세는 주목할 만하다. 회사는 2015년 말 40%가 넘는 매출 상승을 기록해 처음으로 애플과 저가 휴대폰 샤오미를 제치고 1위를 쟁취했다. 가장 최근 시장점유율을 보면(측정 주체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화웨이가 업계 1위이거나 1위와 몇 퍼센트 차이 나지 않는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화웨이는 세계 시장에서도 애플을 곧 제칠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화웨이의 소비자부서 책임자 리처드 유 Richard Yu는 작년 11월 뮌헨 신제품 설명회에서 한 기자에게 “차근차근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 애플을 따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포춘과의 인터뷰에선 “화웨이가 2018년 휴대폰 매출에서 애플을 추월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야심 차지만 허무맹랑한 목표는 아니다. 화웨이의 전 세계 출하량은 2016년 3분기 3,400만대를 기록해 애플의 4,600만대에 뒤쳐져있다(물론 둘 다 삼성의 7,300만 대에는 한참 못미치고 있다).
이를 따라 잡으려면, 화웨이는 핀란드에서 달성한 높은 성과를 다른 국가, 더 큰 시장에서도 달성해야 한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포춘의 조사에 따르면, 많은 유럽국가에서 화웨이의 네트워크 장비를 구입한 통신사들은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 때 상당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전례 없는 부가 계약이다. 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체는 제공할 수 없는 매출 상승 비법인 셈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미국에선 통하지 않았다. 양국간의 지정학적 긴장 때문에 화웨이가 미국에서 네트워크 장비를 판매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화웨이는 미국 통신사들에겐 여전히 생소한 브랜드다. 0.4%에도 못 미치는 미국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화웨이 스마트폰은 사실상 존재감이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 공략: 화웨이의 소비자 부서 책임자 리처드 유가 작년 11월 뮌헨에서 열린 행사에서 메이트9 휴대폰을 공개하고 있다.글로벌 시장 공략: 화웨이의 소비자 부서 책임자 리처드 유가 작년 11월 뮌헨에서 열린 행사에서 메이트9 휴대폰을 공개하고 있다.



전직 직원들은 “화웨이 설립자 렌 정페이 Ren Zhengfei가 미국 진출에 대해 몇 번이나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500달러 이상 되는 휴대폰을 다른 국가가 아닌 미국에서 판매 하면, 미국 시장은 이익과 명성을 안겨줄 금광이 될 것이다. 그러나 화웨이의 노력은 아직까지 별 소득이 없다. 조만간 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지금 이 회사는 기로에 서있다. 애플과 삼성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미국에선 이렇다 할 성공을 이루지 못한 채, 두 기업과 세계 시장에서 나란히 설 것인가?

대부분의 중국 소비자들조차 최근까지 “화웨이가 어떤 회사냐”고 묻곤 했다. 수년 간 화웨이는 저가, 저품질의 휴대폰을 생산하는 많은 업체 중 한 곳이었다. 대부분은 통신사들이 자사 로고를 휴대폰 뒤에 붙여 판매하는 소위 ‘화이트 라벨’ 제품이었다. 화웨이 자신도 장밋빛 미래를 꿈꾸지 않았다: 심지어 2008년 회사 매각을 시도했지만, 인수자 조차 찾을 수 없었다. 직원들도 직장에서 삼성이나 애플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창립자 렌은 이런 사실을 눈치채고 당혹스러워 했다(여전히 CEO 직을 유지하는 그는 현재 회사 전략을 지휘하고 있다). 유럽 네트워크 사업부를 총괄했던 리처드 유가 2011년 소비자 사업 부문을 맡았을 때, 그는 고품질 제품을 생산할 필요성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하룻밤 만에 이룰 수 있는 변화는 아니었다. 그는 최근 화웨이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스마트폰 사업부를 담당한 첫 해를 기억하고 있다. 당시엔 100만 대도 팔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변화에는 대가가 따랐다: 리처드 유는 한 달에 2주를 도로에서 보내느라 뱃살이 크게 불어났다. 마라톤을 그만둔 그는 “몸이 너무 무거워졌다”고 불평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와 그의 팀은 화웨이의 네트워크 전문성을 활용하는데 그 누구보다 신속했다. 전 세계 1,000개 스마트폰 제조업체 대부분은 휴대폰 생산 때 저렴한 비용 방식을 선호한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제공한다.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소유한 반도체 기업 ARM은 휴대폰 칩 설계에 대한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 그러나 무선통신망-휴대폰이 네트워크 타워와 통신하는 수단-의 지적재산권은 공유가 불가능하다. 화웨이는 이 점에 초점을 맞췄다.

리처드 유가 소비자 부서를 담당했을 때, 퀄컴과 에릭슨, 노키아를 포함한 기타 서구 및 일본 기업들은 서구권의 3G 무선 통신망 특허권을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화웨이는 다수의 시장에서 밀려났다. 그러나 화웨이는 차세대 통신망인 4G에 대한 특허 및 표준에 더 많은 공을 들였다. 3G보다 10배나 빠른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4G는 항상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 앱 사용 환경에도 잘 들어 맞았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Counterpoint Research의 네일 샤 Neil Shah는 “지난 3~4년 간, 화웨이는 지적재산권에 많은 투자를 했다. 삼성과 애플이 투자한 것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화웨이는 애플과 삼성이 장악했던 서구 시장에서도 지적재산권 소송에 휘말리지 않고 휴대폰을 팔 수 있게 되었다.

2014년경 화웨이는 어떤 면에선 삼성보다 더 나은 품질을 자랑하는 중국산 스마트폰을 처음 제조했다. 화웨이 휴대폰은 중국 사용자들이 창고나 주차장에서도 전화 수신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모뎀을 장착한 첫 제품이었다(타사 휴대폰은 불가능했다). 애플 스타일의 개성이 결여된 탓에, 화웨이는 깨끗한 수신상태, 고성능 카메라, 깔끔한 디자인으로 이를 보완하고자 했다(화웨이의 P9은 아이폰 7이 출시되기 몇 달 전에 듀얼 카메라 시스템을 먼저 선보였다). 2016년 3분기까지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 중 60%는 중고가 휴대폰이었다. 과거 저가 휴대폰에 의존했던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변화라 할 수 있었다.
화웨이는 연간 350억 달러 매출의 네트워크 장비 사업에서 확보한 현금 덕분에, 거의 모든 중국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휴대폰을 생산할 자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 회사는 고가와 저가 휴대폰 모두를 판매할 수 있는 빠른 적응력을 갖췄음을 입증했다. 경쟁사 오포 Oppo가 여성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때, 화웨이는 노바 Nova라 불리는 새 제품군으로 빠르게 대응을 했다. 샤오미가 2014년 온라인 휴대폰 판매와 소매간접비를 없애는 저가 비즈니스 모델로 세계의 관심을 사로잡았을 땐 오너 Honor라 불리는 온라인용 저가 브랜드를 만들어 대응했다. 저가 휴대폰 오너는 2015년 화웨이 총 출하량의 40%를 차지하며, 매출 급증에 일조했다. 그럼에도 회사는 여전히 고가 화웨이 브랜드 휴대폰을 앞세워 높은 매출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 시장을 정복해 큰 성장을 일궈낼 수 있었지만 아직은 충분하지 않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Strategy Analytics의 닐 모스톤 Neil Mawston은 화웨이가 지난해 3분기 스마트폰 영업이익 2억 달러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애플 스마트폰의 경우는 85억 달러였다. 적자를 보면서도 시장점유율을 늘리려는 경쟁업체들의 끊임 없는 도전으로 화웨이의 중국 내 기회는 제한되고 있다. 리처드 유는 “소비자 사업부가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애플과 삼성의 마진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인정했다. 대신 화웨이는 고가 휴대폰을 판매할 수 있는 유럽에서 성장 기회를 노리고 있다.
화웨이가 국내 최고 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면, 해외에서도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공병출신인 렌 정페이는 1987년 선전에 통신 스위치를 판매하는 기업을 설립했다. 공식적으로 화웨이는 중국 정부와 거리를 유지해왔다. 중국 언론 보도와 정부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주 룽지 Zhu Rongji 전 총리가 2000년 무렵 렌에게 접근했다. 당시는 화웨이가 빠르게 기업 확장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는 렌에게 3억 위안(3,500만 달러) 대출을 주선해 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렌은 이 제안을 거절했다. 정부에 매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보다 간접적인 형태의 정부 지원이 화웨이에게 주어졌다. 중국 기업의 해외 확장을 지원하는 중국국가개발은행(China Development Bank)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1조 8,000억 달러의 자산을 갖고 있다(최근 논란을 빚은 미국 수출입은행의 자산보다 64배나 많다). 2004년 크리스마스 직후, 국가개발은행은 아프리카 및 라틴 아메리카 고객들에게 대출을 제공하기 위해 화웨이와 100억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신용한도가 300억 달러까지 상승했다.
렌은 “국내 기업을 보호하는 정부 정책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화웨이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의 매출은 대출보증 이후 급상승했다. 매출이 2004년 38억 달러에서 다섯 배나 늘어 2008년엔 183억 달러에 이르렀다. 워싱턴에 위치한 전략국제연구센터(Center for Strategic International Studies)에서 화웨이를 연구하고 있는 너새니얼 아런스는 “화웨이가 경쟁사들보다 10~30% 싸게 제품을 판매했다”며 “일상적으로 회사 임원들이 계약성사를 위한 출장에 정부 공무원들을 대동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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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는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그리고 신흥시장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유럽에서 성공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2005년에는 영국 기반의 다국적 통신사 보다폰과 국제 장비 계약을 체결하며 국제적인 입지를 다졌다. 2007년경에는 유럽의 모든 주요 통신사와 계약을 맺었다. 2015년에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품질이 유럽 통신사의 품질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향상됐다. 화웨이 장비로 세운 모든 네트워크에 휴대폰을 보급할 준비를 마친 셈이었다.

IDC 연구 책임자 제로니모는 “사업영역 확장이 화웨이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동력을 부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 그는 보다폰에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한국 대기업 LG에서 근무한 바 있다. 화웨이는 자사 네트워크 장비에 투입한 통신사들의 비용 중 일정 부분을 쿠폰 형태로 돌려주고 있다. 통신사들은 이 쿠폰으로 네트워크 서비스나 화웨이 휴대폰을 할인 받을 수 있다. 제로니모는 유럽의 한 무선 통신사를 예로 들었다. 그는 “화웨이 네트워크를 구매하지 않으면 일정 비용이 더 들어간다. 화웨이 네트워크를 구매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통신사가 화웨이 휴대폰 할인을 활용하면, 총 비용에서 몇 퍼센트 포인트(수백만 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로니모는 이에 대해 “궁극적으로 통신사들이 화웨이 휴대폰을 구매할 큰 동기 부여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객들에게 화웨이 휴대폰을 팔거나 임대할 경우, 통신사들이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화웨이 휴대폰의 품질도 개선돼 왔다. 그로 인해 화웨이 휴대폰은 마케팅 분야에서 좀 더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었다.

기업들은 공개적으로 이런 인센티브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경쟁이 과열된 시장에서, 이들은 파트너십을 맺은 기업의 재정적 세부사항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화웨이는 포춘에 ’고객사와의 사업 기밀‘이라며 말을 삼갔다. 화웨이 네트워크 고객인 보다폰, 티 모바일 T-Mobile(독일), 그리고 오렌지 Orange(프랑스) 역시 이에 대한 언급을 꺼렸다. 핀란드의 최대 통신사 중 한 곳인 엘리사 Elisa의 대변인은 화웨이와의 핵심적인 관계에 대해 “USB 인터넷 동글, 스마트폰 같은 기기를 기반으로 구축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협업과 관련된 상업적 세부사항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세부사항이 무엇이든, 화웨이 유럽 시장 성공은 무선통신사와의 관계가 스마트폰 제조업체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화웨이가 직면한 가장 큰 딜레마를 설명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미국과의 관계가 여전히 원만치 않다는 것이다.
화웨이 스마트폰은 현재 미국 시장에서 10위 안에도 들지 못한다. 이름조차 생소한 블루 BLU와 원플러스 OnePlus 같은 기업들에도 뒤처진다. 화웨이의 직구 웹사이트 겟화웨이닷컴 GetHuawei.com도 아무런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베스트바이 Best Buy나 월마트닷컴 Walmart.com에서 화웨이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지만, 구매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화웨이는 2016년 3분기에 미국시장에서 고작 15만 3,000대를 팔았다. 애플의 판매량은 거의 1,200만 대에 달했다.


화웨이 스마트폰의 시장 점유율화웨이 스마트폰의 시장 점유율



중국 정부뿐 아니라 군대와도 연관이 있다는 의혹 때문에 화웨이의 미국 사업은 10년 간이나 악영향을 받았다. 미국 네트워크 서버와 스위치 기업 인수 시도가 각각 2007년과 2010년, 대통령 직속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the White House 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 in the U.S)-국가 안보를 이유로 화웨이의 기업인수를 막을 수 있다-에 의해 모두 좌절되기도 했다. 2010년에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스프린트 넥스텔 SNextel에 네트워크 장비를 팔려는 화웨이의 입찰시도를 꺾어버렸다. 2012년 하원정보위원회 보고서는 화웨이와 중국 정부와의 관계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증거는 충분하지 않지만, 화웨이 장비를 피해야 한다는 이 위원회의 권고안이 미국 기업들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화웨이 장비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 같지는 않은 상황이다.
장비를 팔 수 없게 된 화웨이는 유럽에서 성공했던 방식대로 미국의 무선 통신사와 관계를 맺을 수 없었다. 미국의 4대 통신사, 버라이즌 Verizon, AT&T, 티 모바일 T-Mobile, 스프린트 S중 어느 곳도 화웨이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통신사가 미국 스마트폰 매출의 80~9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화웨이는 고객들에게 별다른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대폰을 구매하는 미국 통신사 매장, 가판대, 웹사이트 그 어느 곳에서도 화웨이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설립자 렌정페이(오른쪽)가 시진핑 주석에게 화웨이 런던 지사를 소개하고 있다.설립자 렌정페이(오른쪽)가 시진핑 주석에게 화웨이 런던 지사를 소개하고 있다.



화웨이 소비자 부서 책임자 리처드 유는 회사가 바닥부터 관계를 다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그는 “지난 5년간 적절한 전략을 펼쳐보지 못했다. 이 일에 맞는 인재도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화웨이는 전 버라이즌 임원 미셸 슝 Michelle Xiong을 영입했다. 기기 제조업체와 협상한 경험이 있는 그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를 지원할 예정이다. 그러나 그는 통신사와 맺는 어떤 계약이든 1년은 족히 걸릴 것이고, 미국에서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두려면 3년은 지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버라이즌은 화웨이와의 관계에 대해 코멘트를 거부했다. AT&T도 같은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카운터포인트의 애널리스트 샤도 “미국은 화웨이에게 병목 같은 존재”라며 “해결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장애물이 화웨이의 야심을 꺾지는 못할 것이다. 리처드 유는 인터뷰 말미에 “시장점유율 2위에 등극하는 것이 목표다. 2021년까진 1위에 오를 것”이라고 담담한 태도로 말했다.

미국에서 대규모 매출이 일어나지 않는다 해도, 화웨이는 기술적 돌파구를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바로 5G 무선통신 서비스다. 현재 5G는 현실보단 상상에 가깝다(2020년까지는 관련 기준이 마무리 되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 기술은 4G네트워크보다 60배 빠른 속도를 기약하고 있다. 더 중요한 점은 5G가 지원할 수 있는 연결 기기의 수다. 4G 네트워크 연결 기기 수의 1,000배로 예상되는 5G는 인터넷 연결 자동차, 집, 비즈니스, 스마트 시티까지, 곧 급증하게 될 수요의 중심이 될 것이다. 애널 리스트들은 스웨덴의 에릭슨과 함께 화웨이가 네트워크 구축에서 초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보고 있다.

통신사 엘리사는 작년 11월 핀란드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네트워크를 통해 초당 1.9기가바이트를 전송한 것이다. 이는 끊김없이 가상 현실을 지원할 수 있는 속도다.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들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이기도 하다. 이 스피드는 화웨이가 구축한 테스트 네트워크에서 실현되었다. 차세대 초고속 정보 통신망을 잠시나마 엿본 셈이다. 아직까진 미국에서의 성공이 먼나라 얘기처럼 들리지만, 그것이 화웨이가 삼성과 애플을 따라잡기 위해 필요한 혁신의 지름길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 중국의 4대 스마트폰 기업
애플과 삼성은 스마트폰 시장의 3분의 1을 점유하며 고가 스마트폰 판매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글로벌 베스트셀링 스마트폰 기업 리스트에는 아래 4곳의 중국 저가 스마트폰 경쟁업체들도 포함될 것이다. 이 네 기업의 전체 매출은 애플과 삼성 두 기업의 스마트폰 매출과 맞먹는다(2016년 3분기 기준 시장 점유율).





오포 Oppo



억만장자 던융핑 Duan Yong Ping이 소유한 오포는 중국 시골지역(20만 개의 소매점이 있다)과 동남아시아에서 저렴한 휴대폰을 팔아 명성을 얻었다. 오포의 R9S는 아이폰7과 똑같이 생겼다. 오포가 중국에서 성공한 비결이다.

비보 Vivo



오포의 자매업체 비보 역시 던이 소유하고 있다. 셀카에 중독된 중국인들을 겨냥한 이 기업의 마케팅은 스마트폰 카메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명인과 중국 NBA의 스폰서십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화웨이 Huawei



이 네트워크 장비 대기업은 2016년 약 265억 달러의 휴대폰 매출을 기록했다. 품질 면에서 삼성과 대등한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유일한 중국업체다. 제품의 질 덕분에 최근 유럽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샤오미 Xiaomi



샤오미의 휴대폰은 2014년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급상승한 인기만큼이나 대중의 관심도 빠르게 떨어졌다. 사용자 후기가 좋지 않았고, 소매 유통망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온라인으로만 제품을 판매했던 이 회사는 요즘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데 집중하고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SCOTT CENDROWSKI

SCOTT CENDROW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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