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여전히 지갑 열지 않는 가계

1분기 가계 국내소비 0.3% 줄어

메르스사태 이후 7분기 만에 '-'

수출과 건설투자 증가로 국내총생산(GDP)이 지난 1·4분기 1.1%를 기록하며 6분기 만에 1%를 돌파했지만 온기는 가계의 지갑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가계의 국내 소비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1·4분기 국민소득에 따르면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4% 성장했다. 지난해 4·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0.2%)에 비해서는 나아졌다. 하지만 지난해 2·4분기(0.8%), 3·4분기(0.6%)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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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분기 가계소비지출은 전체 기업을 포함한 전체 민간소비(0.4%)를 웃도는 0.5%를 기록했다. 지난해 4·4분기 증가율이 0.2%였던 점을 감안하면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1·4분기 가계소비 가운데 국내 소비는 -0.3%로 되레 줄었다. 가계가 지난해 4·4분기보다 소비를 늘리기는 했는데 국내에서는 덜 쓴 것이다. 가계의 국내 소비가 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15년 5월 전염병인 메르스가 전국적으로 유행하며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했던 2015년 2·4분기(-0.6%) 이후 처음이다. 내수는 여전히 겨울이라 가계가 지갑을 열지 않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가계들은 소비에 이어 저축까지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1·4분기 처분가능소득에서 최종 소비지출을 뺀 총저축률은 36.9%로 1998년(37.2%) 이후 74분기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수출 증가로 1·4분기 기업이익이 늘면서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전기에 비해 2.7% 증가한 영향이 컸다. 예금과 적금 등 저축성 예금 증가율도 1.8%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9월 이후 9년6개월 만에 최악이다. 한은 관계자는 “1·4분기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이라 가계들의 소비가 다소 움츠러들었던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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