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 이스라엘 주재 美 대사관 이전 보류…아랍권 반발 고려한 듯

텔아비브의 미국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보류 결정

이스라엘 정부 '실망'…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환영'

인근 아랍국가 반발·이팔 평화협정 고려한 듯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벤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서 있다./이스라엘=AFP연합뉴스지난달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벤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서 있다./이스라엘=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지 않고 텔아비브에 그대로 두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도록 결정한 의회 법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의 영향으로 6개월간 유예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이스라엘 정부는 즉각 실망감을 나타냈으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환영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유권자들에 약속한 미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약속을 스스로 미루게 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과 당선인 시절 수 차례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이스라엘 수도인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는 이스라엘의 입장을 전적으로 반영하는 것으로 영토 분쟁 중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물론 인근 아랍 국가들이 강력하게 반발했던 공약이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당사국인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 내 이스라엘 지지자들의 반발을 살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안이 지닌 정치적 민감성을 고려해 지난주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도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결정 직전까지 관련 내용을 함구했지만, 후폭풍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행정명령 서명 소식이 전해지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즉각 성명을 내고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의 일관된 정책은 다른 대사관과 마찬가지로 미국 대사관이 우리의 영구적 수도인 예루살렘으로 이전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대사관들을 예루살렘 밖에 두는 것은 평화를 연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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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공화당의 거물 후원자이자 500만달러(약 56억원)를 후원해 트럼프 캠프의 최대 ‘물주’로 기록된 셸던 아델슨 라스베이거스샌즈 회장 등 미국 내 이스라엘 지지자들이 이번 결정으로 트럼프 행정부에게서 등을 돌릴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팔레스타인은 환영의 뜻을 보였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 대변인은 이번 조치가 “평화에 대한 기회들을 강화시켜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또 이번 결정을 두고 “평화 촉진에 대한 미국의 진지함을 보여주는 중요하고 긍정적인 단계”라고 평가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 공약에서 한발 물러선 데는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이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할 경우 아랍권의 폭력적인 반발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역대 정권에서 실패를 거듭해 온 이·팔 평화협상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지니게 된 것도 대사관 이전 보류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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