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과 개인의 삶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치매를 정부가 책임지겠다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치매 대책을 세우겠다는 정부의 움직임에 원칙적으로는 동의하면서도 정교한 전략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한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재원마련 방안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일본과 네덜란드 등도 재정부담이 커 적용 대상을 줄였다. 영국은 노인요양 지원을 축소하려다 강한 반발에 부닥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서울 세곡동 서울요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치매는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며 “복지부가 6월 말까지 (치매 국가책임제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면 본격적인 시행은 내년부터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치매를 조기에 치료할 수 있도록 현재 47개인 치매지원센터를 250개 정도로 대폭 늘려야 한다”며 “(치매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부담률도 10% 이내로 확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보험급여 대상 진료를 늘려 국가책임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공약한 치매 국가책임제가 내년부터 본격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제는 재원이다. 치매 국가책임제를 도입하지 않아도 치매 환자가 빠르게 늘면서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치매관리 비용은 지난해 13조2,000억원에서 오는 2050년에는 106조원으로 8배 이상 뛴다.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비하는 비중이 같은 기간 0.9%에서 3.8%로 높아진다. 이런 상황에 치매 국가책임제까지 도입되면 재정부담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치매 치료와 관리는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며 “국가가 책임지는 시혜적 정책은 한번 도입하면 되돌아가기 불가능한 만큼 도입에 앞서 정밀한 진단과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임웅재·김지영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