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치매 국가책임제 한다지만...] 치매관리, 국가부담 2050년 106조로 ↑...보험료 인상 불가피

고령화에 치매 환자 급증…빈약한 지방재원 걸림돌

요양사업 국공채에 국민연금 투자 논란 불식도 과제



지난 2015년 64만명이던 치매 환자는 오는 2050년 271만명으로 늘어나고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치매관리비용은 같은 기간 13조원에서 106조원으로 8배 이상 불어난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치매 환자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의 비중도 같은 기간 0.9%에서 3.8%로 크게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치매 국가책임제 시행을 예고했다. 이달 중 세부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건강보험 치매 진료비의 90%를 국가가 책임지고, 장기요양보험에도 ‘본인부담상한제’를 도입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또 지방을 중심으로 현재 47개인 치매지원센터를 250개까지 늘리고 5%에 불과한 ‘국공립 요양시설’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요양보호사 등 종사자의 처우를 대폭 개선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부의 곳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데 있다. 치매 국가책임제가 성공하려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원 조달이 관건인데 대책 마련이 만만치 않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치매 노인이 급증하고 있어 정부의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는 건강보험료·장기요양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 숙제가 남는다.

재원 마련 방안과 별도로 문 대통령의 치매 국가책임제 공약은 속도를 낼 듯하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공공 요양병원의 요양 병상과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치매지원센터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센터는 치매 선별검사·인지개선 활동 등을 수행한다. 문 대통령은 2일 건강보험공단이 직영하는 서울요양원을 방문해 “치매지원센터가 47개에 불과한데다 서울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며 “250개 정도로 늘려야 한다”고 못 박았다.

정부는 세 차례의 치매관리 종합계획을 통해 중앙-광역-지역 치매센터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아직 지방 인프라가 취약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두 가지가 꼽힌다. 하나는 재원이고, 다른 하나는 지방에서 이런 서비스를 할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민간 요양병원과 시설이 도시에 몰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지역치매센터·공립요양병원 치매병상 확충 이어

정부-지자체, 건보-요양보험, 요양병원-요양원


촘촘하게 연계하고 서비스 전문성 강화 나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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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은 보건소가 중심이 돼 치매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여력이 되면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등과 공간을 갖춘 지역치매센터를 운영하기도 한다. 그러나 관련 예산은 연간 633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국고에서 155억원(24.4%), 지방비에서 478억원(75.6%)을 충당하는데 이런 구조로는 지방치매센터를 확충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이 보육·임대주택과 함께 요양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발행하는 국공채에 국민연금이 적극 투자하도록 유도하겠다고 공약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추경예산에서 국고 2,000억원(지방비 포함 2,500억원)을 투자해 79개 공립 요양병원 중 치매전문 병동이 없는 45곳에 병동을 마련하고 보건소의 치매 선별검사 인력·시설 확충을 지원할 계획이다.

서비스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복지부는 요양병원을 치매·재활·호스피스 전문 요양병원으로 특성화하거나 전문 병동을 운영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건강보험 수가체계를 손질할 방침이다. 또 요양원이 치매 환자 전용 주거공간인 치매관리실을 설치하고 인지개선 프로그램 운영 등 치매 환자 서비스를 강화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복지부의 한 당국자는 “대선공약 이행 과정에서 묵은 숙제 해결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공공 요양원 확충도 탄력을 받을 듯하다. 문 대통령이 찾은 서울요양원은 건보공단이 직영하는 하나뿐인 요양시설이다. 건보공단은 박근혜 정부에서 강원도 인제·원통 접경지역에 지자체와 함께 공립 요양원을 지어 치매 환자 등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이용할 수 있게 시범사업을 펼쳤다. 그러나 재정 당국의 반대로 불발됐다. 이런 분위기는 문 대통령 당선 이후 급반전돼 여건이 취약한 지방을 중심으로 공공 요양병원과 요양원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좀 더 복잡한 과제는 정부와 지자체,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요양병원과 요양원·방문요양 서비스를 촘촘하게 연계하고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복지부가 이달 말 대통령에게 보고할 실행계획에 세부방안을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복지부 노인정책과장은 “장기요양보험 제도를 통해 노인인구의 7.5%인 52만명을 돌보고 있지만 치매 노인 등 15만명 가량이 장기요양등급(1~5등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분들에게도 요양보험과 지역사회에서 일상생활 지원, 인지능력 향상 프로그램 등 노인돌봄 종합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웅 중앙치매센터장은 “치매 노인 4명 중 1명이 치매 진단을 받지 못한 것으로 추정돼 진단율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며 “보건소 1곳당 0.5~1명에 불과한 선별진단 인력을 늘리고 대국민 홍보·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지방은 주야간 보호센터가 없는 경우도 많은데 공공기관이 직영하든, 민간에 위탁하든 공립 시설과 서비스 인력을 확충해 지역 불균형을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치매는 조기에 진단을 받고 치료하면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중증 치매 환자는 경증 환자에 비해 관리비용이 7배 더 든다. 조기 검진을 통해 서둘러 약물치료를 하면 8년 후 요양시설 입소율을 70%가량 낮출 수 있다. 개인도, 정부도 조기 발견과 치료가 부담을 줄이는 핵심 포인트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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