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고전 통해 세상읽기] 見賢思齊<견현사제·현인을 보면 같이 되려고 노력한다>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쉬운 성공 위해 모방 일삼아

가게서 상품까지 닮은꼴 천지

개성 없는 유사품 경쟁력 없어

'나만의 길' 찾는 노력 기울여야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동양학 교수


요즘 많은 사람이 커피를 찾는다. 거리를 걷다 보면 커피집이 한 집 건너 한 집씩 생겨나고 있다. 시간이 지나다 보면 경영이 악화해 한 집 두 집 가격을 내려 손님을 잡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작은 평수의 마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판매 품목이 비슷한 마트가 거리를 마주하고 등장한다. 수지 타산이 맞지 않으면 영업시간을 늘려 부족한 수입을 만회하려고 하게 된다. 이러한 과열 경쟁은 조기 퇴직자가 늘어나고 취업이 어려워지자 소자본 창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유사한 분야의 창업이 우후죽순 이뤄지면 과열 경쟁이 벌어지게 되고 그 결과 경영이 자연스럽게 악화할 수밖에 없다. 개개인은 취업 대신 창업으로 인생의 승부를 걸지만 성공하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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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과열 경쟁은 기업 경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장에 소비자의 호응을 받는 상품이 나오면 오래지 않아 유사 제품이 줄지어 나온다. 음료·식품 시장에서 하나의 제품이 성공을 거두면 너도나도 유사한 제품을 생산해 시장에 선보인다. 이런 것을 영어로 ‘나도 똑같다’는 뜻으로 ‘미투 상품’이라고 한다. 미투 상품의 폐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기업이 과감한 투자와 치열한 노력 끝에 제품을 개발해도 다른 기업이 무임승차를 하니 개발 의욕이 싹틀 수가 없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려는 도전과 창의의 싹이 자랄 수가 없게 된다. 그럼에도 법정 소송으로 번질 정도로 미투 상품이 계속해 나타나는 것일까. 잘나가는 경쟁자를 따라가면 실패의 위험률이 낮아진다. 아울러 한 분야에서 도태되는 일을 막을 수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러한 소소한 장점에 의존하는 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지 못하고 작은 시장에서 죽어라 경쟁하는 진흙탕 싸움을 벗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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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우리는 “나보다 뛰어난 상대를 보면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려고 노력하고 나보다 못한 상대를 보면 나에게도 그런 모습이 있는지 살펴보라(견현사제언·見賢思齊焉, 견불현이내자성야·見不賢而內自省也)”는 공자의 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견현사제는 선의의 경쟁을 하는 상대에게 뒤처진다면 노력을 해 비슷한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미투 상품은 일면 공자의 말을 그대로 실천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나 자신에게는 없지만 상대에게는 있는 제품의 아이디어와 특성을 그대로 모방해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내면 서로 실력이 엇비슷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사고다. 그러나 공자의 견현사제는 경쟁 상대의 제품을 그대로 베껴 똑같은 수준에 도달하자는 말이 아니다. 공자는 상대의 성공을 보고 나만의 길을 찾아 상대와 나란히 설 수 있는 자신의 모델을 세운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경쟁에서 뒤처지는 사례를 본다면 나에게도 비슷한 요소가 있는지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사람은 성공을 바라고 실패를 피하려고 한다. 이 자체는 커다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무조건 성공을 바라고 실패를 피하려고 하면 나만의 개성을 추구하지 않고 성공하기 쉬운 길에 관심을 쏟게 된다. 그 결과 하나의 제품과 아이템이 각광받으면 너 나 할 것이 없이 모방 경쟁에 뛰어들어 빠르고 안전한 성공의 길을 추구하게 된다. 이로 인해 우리는 증기기관·자동차·컴퓨터 등 한 분야의 커다란 성공(창출)으로 결실을 서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작은 제품의 성공(모방)으로 제 살을 깎아 먹는다.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이 쉽게 바뀔 것 같지 않아 더더욱 걱정된다. 예컨대 국내 제과업계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의 비중은 0.5% 수준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초코파이’ 등 30~40년 전에 나온 많은 인기 상품이 여전히 사랑받고 있을 뿐 최근에 개발된 제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 경제의 위기를 무역 수지의 악화, 금융 환경의 변화에서 찾을 수도 있지만 미투 상품의 범람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전자는 쉽게 예상하기 어렵지만 후자는 우리가 피하려고 한다면 피할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으니 폐해가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미래의 먹거리를 찾으려면 견현사제의 뜻을 미투 상품으로 곡해하는 일부터 당장 그만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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