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첫 공정거래위원회를 이끌 김상조 공정위원장 후보자의 재벌개혁은 기업 때리기보다는 총수일가에 집중된 경제력의 오남용을 서서히 차단하는 ‘점진적’ 개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는 게 김 후보자의 구상이다. 그는 또 재벌중심의 독과점 시장구조 개선을 위해 기업분할·계열분리 명령제가 필요하다는 의사도 밝혔다.
김 후보자는 2일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현재 많은 납품업자들이 소수 대기업과의 거래에 의존하고 있고 이로 인해 정당한 납품가격을 보장받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가맹점과 대리점 등 수많은 서민의 생계와 관련된 삶의 터전에서 벌어지는 거래상 지위 남용과 부당행위를 엄정한 법 집행으로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이 같은 불공정거래 행위의 근본 원인이 총수일가의 지배력 남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단순히 규모가 크다는 것 자체가 문제시돼서는 안 된다. 그 경제력이 오남용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나 부당거래, 편법적 경영 승계로 이어지면서 중소기업의 사업역량을 침해함에 따라 우리 경제의 성장 생태계가 무너졌다는 게 김 후보자의 설명이다.
김 후보가 내놓은 ‘재벌개혁’ 청사진의 핵심은 5대 재벌과 기업집단국(신설)이었다. 그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문제는 5대 재벌에 집중해서 법 집행을 하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부당내부거래를 직권조사했던 옛 조사국에 경제분석 기능을 강화해 신설하는 기업집단국이 이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후보자는 전속고발권 폐지와 관련해서는 민법상 사인의 금지청구권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키(key)’로 꼽힌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를 놓고는 “공약과 당론에 배치되는 개인 의견은 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개혁과 관련해 신뢰를 높이겠다는 포부도 분명히 했다. /세종=김상훈기자 하정연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