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고가 미술품, 혼자 살수 없다면 공동투자가 답

펀드·P2P 등 방식 투자 확산

투자금 적고 대리만족 효과

수익률도 7%~13%대로 짭짤

투자시장 다변화 등 변화 예고



현대미술을 좋아하던 이정수(56·가명)씨에게 미술품 수집은 ‘그림의 떡’이다. 김환기·천경자 등 유명 화백의 작품은 연일 최고 경매가를 경신하고 있고, 이씨는 그저 입맛만 다실 뿐이다. 집이 두 채일 정도로 자산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미술품에 수억원이 넘는 금액을 한꺼번에 투자할 정도로 현금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씨는 올해 초 새로운 대안을 찾았다. 여럿이 공동투자해 미술품을 간접 소유하는 방식이다. 대신 돌아오는 것은 연간 7~13%인 투자수익률이다. 미술품을 집에 걸어둘 정도로 완벽하게 소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동투자를 통해 간접 소유하면서도 투자이익을 건질 수 있는 ‘일석이조’인 셈이다.


수퍼리치(고액자산가)들의 전유물이나 다름없던 미술품 투자시장에 일반 미술애호가들이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개인적으로 작품을 매매하려면 거액이 필요하지만, 개인들이 모여 집단투자하면 초기투자금도 줄일 수 있고, 미술작품을 잠시라도 소유할 수 있는 등 대리만족을 할 수 있어서다. 2일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2015년 한국 미술시장 규모는 거래작품 수 2만8,000여점에 거래금액은 3,900억원으로 추산된다. 2013년 3,249억원과 비고하면 매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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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층도 넓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수퍼리치들만 참여했다면 최근에는 일반인들의 참여도 늘고 있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과거에는 60대 이상의 투자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참여 연령층이 넓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3월 서울옥션과 더블유자산운용이 조성한 아트펀드에는 수십명의 미술 애호가들이 참여해 당초 목표로 설정된 350억 규모의 투자액 유치에 성공했다. 김우기 더블유자산운용 대표는 “펀드를 만들기 전에 그림 시장을 공부하면서 확실한 돈과 정보만 있다면 투자에 실패하기가 어렵겠다고 느꼈다”며 아트펀드 급성장을 전망했다.



이 같은 변화흐름을 캐치한 P2P(개인간 거래) 금융업계도 미술시장을 새로운 투자처로 적극 개척하고 있다. P2P업체인 미드레이트는 올 들어서만 다섯 차례 미술품 담보대출을 진행해 투자자들로부터 신선한 투자방식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미술작품의 경매 낙찰가 일부를 대출금액으로 잡아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구조인데, 연 수익률이 12%나 된다. 이승행 미드레이트 대표는 “평소에 미술에 관심이 많았지만 작품에 돈을 쓸 수 없었던 사람들이 주된 투자자”라며 “이렇게 투자해 작품을 소유하는 듯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술품 투자바람은 지난 2008년에도 한차례 있었다. 당시 국내에 처음 도입된 아트펀드는 상당한 투자금을 끌어모으며 미술계에 새로운 변화를 몰고 왔다. 은행과 자산운용사의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서도 미술품 재테크 강연이 인기를 끌며 미술품이 새로운 대체투자 방식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명맥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이 때문에 최근의 미술품 공동투자 바람에 대해서도 긍정과 부정의 전망이 교차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미술품을 직접 소유하지 않지만 소유욕을 대리만족 시킬 수 있고, 수익률도 짭짤해 인기가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는 “(경제학적으로 봤을 때) 미술시장에 금융투자가 늘어나 유동성이 공급되면 시장의 투명성이 높아지는 측면이 있다”면서 “미술품 투자는 대체적으로 7~13퍼센트의 기대수익률을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미술시장이 폐쇄적이었지만 투자방식이 다양해 지면서 이 같은 구조도 개선되고, 미술시장에 대한 인식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 컬렉터에 의존해 온 국내 미술시장이 개인들의 참여로 투자시장 다변화 등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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