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기업

국정위 “신고리 5·6호기 중단하라”…脫원전 공약 밀어붙이나

김진표 "원전에 대한 집착 버려야"

지역주민들 "상경투쟁 불사" 반발

중단 땐 시공사 소송 제기 가능성

새 정부의 정책 밑그림을 그리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신고리 5호와 6호기에 대한 공사를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일각에서 원전의 경제적 효율이나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 등을 이유로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우려를 표시한 데 일침을 놓은 것이다.

김진표 국정기획위 위원장은 2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연수원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원자력안전위원회의 업무보고를 받고 “(신고리 5·6호기는) 공사를 중단하고 점검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봐야 한다”며 “원전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하며 탈원전 정책은 (선진국에 비하면) 오히려 늦은 감이 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공약해온 탈원전 정책을 원칙대로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우리도 지진으로부터 결코 안전한 나라가 아니었다”며 “원전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아주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를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신규 원전 건설 전면 중단과 건설계획 백지화,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월성 1호기 폐쇄, 탈핵에너지 전환 로드맵 수립 등을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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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발 기류도 만만찮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당장 지역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원전 건설로 1,500억원가량의 지원을 받는 울주군민들은 백지화 반대를 요구하며 상경투쟁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수원 노조도 이날 “일방적인 신고리 5·6호기 중단 시도를 철회하라”며 결의문을 발표했다.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전략수급 차질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신고리 5·6호기가 중단되면 오는 2029년까지 예정된 8기의 원전(신한울 3·4, 영덕 천지 1·2, 천치 3·4 또는 삼척 대진 1·2)이 줄지어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8기의 발전용량은 1만1,600㎿로 2029년 필요한 발전설비(7차 전력수급계획·피크 기준) 총량(13만6,097㎿)의 8.5%에 달해 전략수급 차질이 우려된다.

국정기획위는 원자력 업계의 갈등을 인식한 듯 탈원전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여지는 열어놓았다. 김 위원장은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과 관련해 “일단은 중단하고 점검해서 계속할지 검토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공약”이라며 “경제문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안전 문제에 대해 올바른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고리 5·6호기는 공정률이 30%에 달한다. 정부가 강제 중단할 경우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한화건설 등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현재까지 투입된 사업비는 4월 말 기준 약 1조5,200억원이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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