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수입차 딜러 독점 논란 피하자"…레이싱홍의 꼼수

포르쉐코리아 용산 지역 기존 딜러사 있는데도 신규사 세워

유사 방식으로 수입차시장 영향력 확대…"군소 딜러 피해 커"



국내 수입차 업계 큰손인 말레이시아계 화교 재벌기업 레이싱홍(Lei Shing Hong)의 영업 방식이 논란이 되고 있다. 기존 딜러사를 보유하고 있는데도 같은 자본으로 별도의 딜러사를 신설하는 꼼수로 독점 논란에서 벗어나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군소 딜러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입차 판매 시장 질서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대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포르쉐코리아의 서울 용산 지역의 신규 딜러사가 된 ‘용산스포츠오토모빌(YSAL)’은 레이싱홍그룹 계열사다. 포르쉐코리아의 최대 딜러이자 레이싱홍 계열인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SSCL)’와는 같은 뿌리, 이름만 다른 회사다. YSAL의 초대 사장인 프랭크 슈타인라이트너는 레이싱홍그룹이 지난해 국내에서 인수한 ‘오토모빌리람보르기니’의 대표였다.


이번 포르쉐코리아의 신규 딜러사 선정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레이싱홍그룹이 독점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 꼼수를 쓴 것이라고 비판한다. 포르쉐코리아는 총 3곳의 딜러사가 있다. 이중 최대 딜러인 SSCL은 대치, 서초, 분당 서현, 분당 판교, 인천, 부산 등 총 6개 전시장을 갖고 있다. 해당 지역의 지난해 포르쉐 판매량은 2,021대로 전체 판매(3,187대)의 63.4%다. 이런 상황에서 강북 지역 최초이자 성장이 기대되는 용산까지 SSCL이 가져가면 독점 논란이 커질 수 있다. 지난해 SSCL 영업사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쟁의행위를 하는 등 관리가 쉽지 않았던 점도 별도 딜러사 설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포르쉐코리아의 지배구조가 기형적인 신규 딜러 선정의 이유라고 분석했다. 포르쉐코리아는 포르쉐 모회사인 독일 폭스바겐 계열인 포르쉐AG가 지분 75%를, 레이싱홍그룹 계열사인 아펙스가 25%를 갖고 있다. 레이싱홍그룹이 2대 주주이면서 동시에 점유율 60% 이상을 가진 최대 딜러인 셈이다. 신규 딜러사 선정 과정이 과연 공정했는지에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관련기사



레이싱홍그룹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독점 논란을 비켜 가고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대표적이다. 금융소비자연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벤츠코리아는 레이싱홍 계열인 한성차·스타차·한성모터스의 점유율이 53.6%에 달한다. 하지만 한성차 측은 “법인이 달라 독점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레이싱홍그룹은 벤츠코리아의 지분 49%를 가진 2대 주주다. 심판이면서 선수인 셈이다. 한성차는 지난해 5월부터 올 2월까지 총 4개의 전시장을 열었다. 경쟁사의 2배 규모다. 서초 청계, 순천, 안성 등 목 좋은 곳이 대부분이다.

수입차 군소 딜러들은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짓는다. 이를 통해 잘 팔리는 차량이나 판매가 잘되는 지역을 배정받고자 애쓴다. 하지만 거대 자본이 수입차 한국 법인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신규 시장을 독식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입차 시장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리 감독 부실을 원인으로 본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벤츠코리아 최대 딜러 한성차의 독점 논란과 관련해 지난해 말부터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결과는 언제 나올지 기약 없다. 공정위는 과거에도 수입차 딜러사의 불공정 행위를 조사했지만 징계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입차 시장이 급성장했는데 제도 등은 예전 그대로”라며 “정부 차원의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도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